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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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레 읽기를 포기하고 만다. 어느 순간부터 과학은 전문화되고 파편화되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분야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전학은 그 복잡한 과정에 대한 설명,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요소들을 가지고 설명하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살아있는 유기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인간처럼 변수가 많은 유기체를 연구하는 학문은 정말로 어렵기 마련이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유전학에 관한 책을 기피하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이렇듯 학문과 사람의 괴리가 일어난 일에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책을 낸다면 그 책임은 저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을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그런 책을 만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점점 전문적인 지식과는 멀어지고, 자신의 문제를 전문가에게 의존하게 된다.

 

이 책은 이 점에서 어디에 가까울까?

 

후생 유전학이라는 학문은 생소하다. 유전학은 들어봤고, 게놈프로젝트나 배아복제나 줄기세포나 하는 말들은 들어보았지만, 하다못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읽어보았어도, 후생 유전학이라니... 선천성이 아니라는 얘기는 유전자 자체가 무언가를 발현한다는 얘기가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책의 저자는 쉽게 후생 유전학에 대해서 쓴다고 했는데, 그래도 내게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후생 유전학과 돌연변이는 어떻게 다르지?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유전학에 해당된다. 즉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난 상태라는 얘기다. 반면에 후생 유전학은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가 어떤 작용에 의하여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쌍동이도 후생 유전학에서는 특정 질병에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다. 즉, 유전자가 환경에 의해서 서로 다르게 작동을 하는데, 이것이 몇 대에 걸쳐서 작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것은 머리 속에서 지우더라도 후생 유전학적 관점에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만 기억하면 된다.

 

천상병의 글에 있듯이 우리나라 나이와 서양의 나이를 비교하면서 뱃속에 있을 때도 나이로 계산하는 우리나라 나이 계산법이 더 일리가 있다는 말을 이 후생 유전학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태아시절에 받은 스트레스가 몇 대에 걸쳐 전이가 될 수 있으며, 또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도 어떤 사람은 안 좋은 유전자가 발현이 되고, 발현이 되지 않고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선인들의 지혜가 새삼 요즘의 과학으로 증명이 되었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 다른 것은 잊자. 그 어려운 용어들을 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적어도 사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개인의 건강에도, 그리고 자손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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