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1
김윤식 지음 / 그린비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나름대로의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노력으로가 아니라 자기를 북돋우어 주는 남이 있음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가끔 우리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을 한다. 선의의 경쟁이 더 나은 나로 발전시킨다고... 어떤 사람은 좋은 경쟁은 없다고, 경쟁은 나에게 독이 된다고 이야기하고도 있지만... 경쟁이 남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경쟁은 필요한 것이 된다.

 

이 경쟁은 순위를 매기는 경쟁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경쟁이다. 즉, 거울을 보고,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선 위치, 그것을 파악하기 위한 거울, 그것이 바로 경쟁이다. 이러한 경쟁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상대. 그것을 영어로 라이벌이라고 한다. 라이벌이라는 말에는 나와 대등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나하고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바로 나와 비슷한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으면... 더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자연스레 느낀다.

 

그런 라이벌, 우리 문학사에 많다고 한다. 이 책의 맨 뒷부분에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열거하고 있다. 아니, 열거가 아니라 "문학의 문학"이라는 잡지에 연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연재된 글들 중에서 책으로 엮을 만한, 즉 남이 이해할 만한 작품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조윤제와 양주동", "김수영과 이어령", "창작과비평과 문학과지성", "박상륭과 이문구",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김윤식과 김현"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이 중에 김윤식과 김현에 대한 글은 소략하게 실려 있어서 논외로 하는 것이 좋겠고... (김현은 "창작과비평 대 문학과지성"에서도 중심 역할을 하니 말이다)... 조윤제와 양주동은 이 들의 중심에 경성제국대학이 있다고 한다. 학문의 영역으로써의 경성제대에 관해서 우리 문학을 확립해 가는 양주동과  조윤제는 상대적인 입장에 섰다기보다는 같은 길을 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우리문학 초창기의 학문적 성과를 집성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는데... 이 뒤에 "김수영과 이어령"의 논쟁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커다란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다고 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창작과비평 대 문학과지성", 그리고 "박상륭과 이문구"에 대한 장이다.

 

이들에게만큼은 이 책의 저자가 자신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리라.

 

창비와 문지는 70년대 우리나라 문학을 이끌어간 양대 산맥이었으니, 자료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차이까지 논할 것이 많고, 창비쪽보다는 문지쪽에서, 특히 문지를 주도한 김현의 입장에서는 꾸준히 창비를 의식하고 잡지를 꾸려나갔다고 하니, 김현과 공동 저작을 낸 적이 있는 저자로서는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박상륭과 이문구"는 바로 동시대인 아닌가? 특히 비평을 업으로 삼아온 저자에게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물만난 고기같지 않겠는가.

 

스승 김동리를 축으로 그를 극복해가는 방향이 달랐던 박상륭과 이문구. 가장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스승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이 책에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오랫만에 문학비평서를 읽었다고 해야 하나? 특히 대학을 졸업한 이후 손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던 분야인데... 친숙한 이름들이 많아서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 책이다. 읽으면서도 오랫만에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기도 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잊어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필요한 것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찾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이런 "라이벌"에 관한 책을 읽는 의미 아니겠는가.

 

자, 나를 비춰줄 거울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떤 라이벌을 만나고 있는가?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