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생각 인문의 마음 - 미술에 숨은 발칙한 인문학 코드 읽기
전준엽 지음 / 중앙위즈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미술에 관한 책을 보는 일은 즐겁다. 그냥 그림만을 보아도 무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적인 미술 지식이 있지는 않다. 그냥 내 멋대로 본다. 그렇다고 또 미술관에 자주 가냐 그것도 아니다.

 

미술관에 가본 적은 별로 없다. 미술관에 갔어도 미술 작품을 관람한다기보다는 사람들 뒤통수만 보다 온 경우가 많기도 하고, 또 빨리빨리 걸어가는 사람들에 밀려 말타고 산을 관찰하듯 그렇게 미술 작품을 본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데, 무슨 특별 전시회 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을까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드는데... 그런 인파 속에서 정말 미술 감상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서 미술작품을 보아야 제대로 감상을 하고, 미술을 알아갈 수 있음에도 미술관에는 잘 가지 않는다.

 

다만 미술에 관한 책은 가끔 보는 편이다. 그냥 그림을 보는 재미로, 또 그림을 해설해 주는 글을 읽는 재미로. 

 

무엇보다도 시각예술인, 그리고 평면예술(조각이나 다른 비디오 아트 등은 빼고)에 가까운 미술에 대해서, 그것이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미술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아이들도 무언가를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먼저 낙서부터 하지 않던가. 그만큼 미술은 우리의 표현 욕구를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사전 정보 없이 먼저 그림부터 보라고 권하고 싶다'(5쪽)이다. 그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접근한다면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만 보이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5쪽)고 한다.

 

그렇다. 우리가 미술의 유파나 경향, 또 그림의 특징 등을 남들이 설명해준 그대로 볼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 명작이 나에게는 졸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누구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작품이 나에게는 인생을 바꿔주는 그림이 될 수도 있고. 또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그림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이 책에서는 미술에 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냥 보는 것은 미술관에서 개인들이 보면 된다. 그렇게 하기 힘든 사람은 작가의 말에 구애받지 말고 미술에 관한 책을 읽어도 된다.

 

그냥 재미있게... 하나의 해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은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작품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 편제가 읽다보면 신에 관한 인간의 역사에서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그림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인식하고 표현해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미술의 역사에 대해서, 왜 그런 미술이 등장했는지, 왜 그런 유파가 그 때 그 나라에서 유행하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다. 미술이 작가의 천재성이 기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천재성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시대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

 

여기에 더하여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우리 미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알려주고 있는 데에 있다. 우리 미술이 흔히 동양삼국이라고 하는 일본 중국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왜 우리가 우리 미술에 대해서 자부심을 지녀야 하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미술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 미술에 눈이 떠질 수 있게 쉽게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하여 단순히 미술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사회를 보는 눈, 사회, 시대가 미술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그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하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 단지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또 표현된 방법에서 시대를 읽고 삶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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