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수탉 분투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6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평점 :
예약주문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아니라 "열혈 수탉 분투기"다. 우리나라 작가인 황선미가 암탉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면 중국 작가인 창신강은 수탉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공통점은 닭이라는 점. 보통 닭들과는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

 

그렇다면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는 존재는 같은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우리는 다름을 한사코 거부하지만 그 다름이 우리를 좀더 나은 쪽으로 이끈다는 사실. 다름이 우리를 더 깊고 더 넓게 생각하게 한다는 사실을 두 작품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암탉의 일생과 수탉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공통점이 이 작품을 읽기에 편하게 하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인션으로도 만들어져 많이 읽고 많이 보았기에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니, 그와 비슷한 구조를 택하고 있는 이 작품 역시 쉽게 읽힐 수 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수탉을 설정한 것이야 인간과 수탉의 차이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또 닭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닭을 단지 닭이라고 보지 않고 우리 인간으로 본다면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이 작품이나 모두 자유와 사랑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잎싹이 양계닭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나오듯이 수탉은 길들여진 닭이기를 거부하고, 또한 외래종처럼 사람들에게 보호받고 사랑받는 존재로 지내기를 거부하고 자연적인 토종닭으로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작품의 말미에 나오는 양계장을 통해 집단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비생명적이고, 자연스럽지 않은지를 조류독감과 연결지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처음 장면에 나오고 있다.

 

결국 수탉은 자신들의 가족을 이끌고 탈출을 하고, 가는 도중 숨을 거두게 되는데... 자유를 찾아떠나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지만, 자유에 대한 열망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음을 역시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한다.

 

독일산 닭이나 혼혈이라고 할 수 있는 가짜 양키 이모, 그리고 외래종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하얀깃털 등은 좀더 강한 존재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선망의 눈길을 보내는가 하는 점을 반성하게 해주며, 그럼에도 양키 이모는 자존심을 지키려 하고, 하얀깃털은 나중에 죽음으로부터 도망을 치지만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참나무 위에서 죽는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살아온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하게도 한다.

 

책의 뒷면에도 나오지만 "좋은 수탉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양질의 고기닭이 되는 것은 아주 쉽단다. 하루 종일 먹고 자기만 하면 되거든. 뭔가 배울 필요 없이, 체중이 이 킬로그램만 되면 주인 밥상에 오르는 요리가 되기에 충분하지. 네가 세상에 나온 사명을 다한 거란 말이다." (70쪽) 열혈 수탉이 아빠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 작품에서 아빠는 바로 선생의 역할을 한다.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에게 세상에 대해서 가르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그런 스승. 스승의 부재 시대. 우리는 어쩌면 이런 아빠를 잃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도 자신이 '고기닭'이 되어버린 현실.

 

따라서 아빠들이 '수탉'이 되어야 한다. '고기닭'의 모습에서 벗어나 '수탉'이 될 때, 아빠는 단지 돈을 벌어오는 기계, 가족을 먹여살리는 존재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가족들을 삶으로 이끄는 존재가 된다. 그런 점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거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생각했다. 토종닭처럼 방목되지도 못한 아이들... 양계닭처럼 사육되고 있지는 않은지... 대안학교 또 혁신학교라 하여 겨우 토종닭처럼 가르치려는 학교가 생기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들은 양계닭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 스스로도 양계닭처럼 생기없이 그냥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양계닭의 주인처럼, 또는 토종닭의 주인처럼만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바라는 아이들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토종닭'처럼 자신에 대한 생각이 확실하며, 다른 존재들을 사랑할 줄 알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그런 아이들 아니던가.

 

그렇게 바라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키우지 않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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