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는 살아있다 - 자유.민주의 탈을 쓴 대한민국 보수의 친일 역정
정운현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자유, 민주의 탈을 쓴 대한민국 보수의 친일 역정"

 

이렇게 자유라는 말이 잘못 쓰이고 있으며, 민주라는 말이 잘못 쓰일 수가 있을까. 지금도 그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강하게 하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회전문 인사라는 말보다도 더 심하게, 이건 좀비 인사라고 할 수도 있는, 그런 상태. 예전에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는 그들의 유죄는 민족을 위해서 한 일인 것처럼 포장되어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는 현실이라니...

 

'심산 김창숙 문존'을 읽었을 때의 답답함이 다시 되살아 났다. 친일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 때로는 친일파가 애국자로 둔갑하여 추앙을 받는 나라. 그들의 친일 행위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한 행동으로 왜곡되고 있거나, 또는 친일을 한 행위는 싹 감추고, 그 후의 행적만을 과장하여 말하거나 하는 모습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그 말이 왜이리 실감이 나는지...

 

흔히들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욕을 많이 하는데, 농담 식으로 "싸가지"를 "4가지"로 바꾸어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예의, 염치"든 "인의예지"든 하여튼 이것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냥 어원을 따져서 (이런 어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싹+아지"로 해석하여 무언가 성장할, 또는 바르게 클 "싹"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데... 정말이지 이들 친일파는 싸가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부끄러움을 모르니,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리요.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의 안녕과 출세밖에는 없었던 모양이다. 남들이야 어떻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예의 ,염치를 버리고 말 그대로 후안무치하게 살았는데... 막상 독립이 되면 조금의 부끄러움이 속에서부터라도 올라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친일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배운 사람들이니... 배운 자들의 무서움. 그것만이 이 책에 나와 있다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권력을 쥐었던 사람들 가운데 친일파 출신이 꽤나 많다는 사실. 또 그 후손들이 대대로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 어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존경을 받고 있다는 사실. 그만큼 우리는 친일파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이렇게도 후진적인지... 그들의 뿌리를 쫓아가보면 친일과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우리는 친일파를 청산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는 왕의 목을 쳐보지 못한 민족이라는 말과 함께 반민족 행위자 역시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민족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대가는 후손들이 고스란히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아직까지도 정신대로 끌려 갔던 사람들의 한을 풀지 못하고, 이들에게 속죄를 하게 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일본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는 그런 60년대의 한일협정 역시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원죄일테고...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으로 보수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사실은 수구에 지나지 않은 그런 집단들이 큰소리를 치는 현실도 멀리 보면 친일파 청산의 실패에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

 

역사의 죄인에 대한 단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그들에 대한 단죄는 어떤 방법으로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물리적인 처벌이 아니더라도...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서라도 처벌을 해야 한다. 그런 기록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는 노력이 계속 있어왔기에 이 책과 같은 작업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또다른 기억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친일파라고 부르는 민족 반역자들은 우리의 역사에서 잊혀져서는 안된다. 그들의 행적은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그래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조금 힘센 나라에 빌붙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마치 일제시대가 우리나라를 발전시켜 주었다는 일본인보다도 더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거울을 역사에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는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겨 기억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친일이라는 그런 행위 말고도, 정말로 부끄러운 행동을 한 사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나오더라도, 즉 자신은 묻어두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기억해야만 할 일들을 기억하게 해주는 책.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참 많은 친일파들이 나온다. 가지가지다. 기분이 나쁘다. 그러나 읽어야 한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덧글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친일은 단지 일본과 친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을 좋아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요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또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친일이라도 비난하는 말이 아니다. 친일은 역사적인 개념으로 일본을 위해 민족을 배반한 행위를 의미한다. 즉 우리 민족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출세나 재산을 위해서 일본에 아첨하거나, 일본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따라서 친일파는 민족배반자로 바꿀 수 있는 개념이다. 오히려 언어의 명징성을 위해서는 민족배반자라는 말을 쓰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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