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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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읽히는 책이다. 이렇게 절절하게, 또는 적절하게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교육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 더 좁혀서 이야기하면 학교에 근무하면서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교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목이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이다. 제목에 쓰인 조사 "도"가 마음에 안 든다. 학교를 두려워 하는 존재가 또 있다는 얘긴데... 학교를 누가 두려워하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두려워 하나? 아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시간을 때우는 공간에 불과하다. 학교라는 공간은 친구들을 만나 놀거나,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고, 때로는 학원공부로 인해서 부족한 잠을 때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사교육을 받을 수 없지만, 상급 학교로 진학을 하고자 학생에게는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되고, 교사들이 가르침을 주는 존재가 되겠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니... 학교가 학생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될 수는 없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자기 아이의 성적? 아니면 자기 아이의 인성? 또는 남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 아니다. 학교는 그냥 보내는 곳이다. 자신이 일을 하는데 아이를 돌볼 수 없기에 돌봄이 필요한 공간으로 학교는 존재할 뿐이다. 여기서 지식이나 인성, 사회성이 길러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학교에 우선으로 치는 가치는 돌봄이다. 아이가 무사하게, 건강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따라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학교는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하면서 공통의 기억을 형성하는 "장소"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공간일 뿐이다. 이런 공간에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학교에 가장 두려움을 가지는 존재는 단연 "교사"다. 따라서 제목이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가 아니라, "교사는 학교가 두렵다"가 되어야 한다. 다른 존재는 몰라도 교사에게는 학교라는 공간이 두려움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

 

학교는 교사들의 삶의 장소이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생활함으로써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계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렇듯 학교는 교사들에게 삶의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된다. 그런 장소에서 무언가 결핍을 느꼈을 때,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무언가가 잘 안되고 있다고 느낄 때 불안감을 느낀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낄 때 엄청난 불안감을 지니게 된다.

 

그만큼 지금 학교는 교사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만족을 주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고역일 정도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학부모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교육관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둉료교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모든 존재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기에 교사들은 불안감을 지닐 수밖에 없다.

 

"신인류" 또는 "별종"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학생들과는 관계가 단절되어 있으며, 자기 자식만의 이익을 위해서 학교에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오히려 교육에 맞지 않는 지시를 한다고 여기는 교육관료들과는 예전부터 담을 쌓고 지냈으며, 한 때 동료성을 발휘하여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가던 동료들과의 관계도 언제부터인가 막히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때부터라고 하는데, 그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아이엠에프라는 커다란 격변을 겪은 후부터 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달라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전에는 착하고 공부잘하는 가난한 모범생이 교사가 되고자 했지만, 아이엠에프 이후에는 공부잘하는 독한 모범생이 교사가 되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교사가 되어서 공부 못하고, 말썽 부리는 학생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교사들 간에 세대 갈등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예전에 교사가 된 중견 교사들은 말썽 많은 학생들을 통해서 자신이 깨어져나가면서 타자성을 획득했다면, 요즘의 교사는 아예 이들을 밀쳐내버리고 말아 타자성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으니, 교사들간에 학생을 사이에 둔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전산화를 통한 개별화 파편화된 교사문화로 인해서 서로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으며, 교무실에 있는 교사들은 개개인이 모두 하나의 섬으로만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같은 직장에서 함께 생활하는데도 서로 섬으로 존재한다면 그런 직장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또한 교사들끼리 세대간에 소통이 되지 않고, 중견 교사들은 젊은 교사들을 교육에 대한 관점도 없이 주어진 일만 하려는 한심한 세대로 치부하고, 젊은 교사들은 중견교사들을 쓸데없이 간섭하는, 나이 많다고 편하게만 지내려 하며,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꽉 막힌 세대로 치부하니, 어찌 학교가 두렵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이렇게 교사가 학교를 두려워하게 된 이유와 모습을 자세히 펼쳐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정말 "교육 불가능"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된다. 이대로 가다간 학교에서 "교육"이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현실을 이렇게 보여주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얘기다. 현실을 똑바로 보고 인정을 해야만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재 교사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보라는 얘기다. 현재 교사들의 처지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그 출발점을 이 책이 제시해주고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관계를 만들어가고 전승을 하는 "교육" 아니겠는가고...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을 남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나와 대등한 존재인 남으로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대화를 하자고. 대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함께 주고 받는 것이니, 칸막이로 막혀 있던 교무실에서 우선 교사들부터 동그랗게 앉아 이야기를 하자고. 교육에 대해서.

 

하여 이 책은 중견 교사들에게는 자신을 다시 보게 만드는 거울 역할을 하고, 젊은 교사들에게는 중견 교사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아울러 자신들의 "교육 활동"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교사들이 읽기에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지만, 교사들 자체가 모범적으로 공부 잘하던 학생들의 균질적인 집단이므로 이 정도 책은 충분히 읽고, 생각하고, 옳은 방향으로 "교육 활동"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우리는 "교육 불가능"의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론 긍정하면서, 때론 너무도 슬픈 마음이 들면서, 그럼에도 "교육 가능성"에 대하여 희망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젊은 교사들,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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