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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감사회 - 9인의 공익제보자가 겪은 사회적 스트레스
신광식 지음 / 참여사회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불의를 고발했다 그러나 정작 싸움의 상대는 불감사회였다"
이게 제목이다. 물론 검색어에는 불감사회라고만 쳐도 책이 나오지만.
제목만 보고도 내부고발자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내부고발자란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비리나 부정을 조직 외부에 알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이는 조직의 비리나 부정은 그 조직에 속하지 않고서는 발견해내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끔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조직 내에서 생활하다보면 어느새 그 조직에 동화되는 경우가 많고, 조직에 동화되지 않더라도 좋은게 좋은 거라는 식의 사고를 하게 되거나, 아니면 자신이 겪게될 어려움 때문에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부고발자는 어느 사회든지 있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어떤 조직이든 부정이 있으면 반드시 폭로되게 되어 있다는 것과 옳지 못함에 대해서 민감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게 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부정과 비리, 부패 등을 그냥 보아 넘긴다는 것이 힘든 사람들, 그것을 보고도 눈 감아야 하는 현실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민감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이 민감성에 용감이 가세하면 자신의 미래보다는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이들은 내부고발자가 된다.
그리고 사회는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해 간다.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분명 과거형이다. 아니 과거형이어야 한다. 21세기 민주화된 이 나라에서 과거형이 아니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너무 화가 나지 않는가.) 부정 부패가 어느 정도 사라진 것도 이런 내부고발자들 덕분이다. 그들이 비록 힘든 삶을 지탱했고, 어떤 분들은 삶을 마감했을지라도, 그들이 없었다면 그냥 묻혀있었을 엄청난 비리들이 그들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따라서 그것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는 그러한 내부고발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9인의 공익제보자가 겪은 사회적 스트레스"라고 겉표지에 나온다. 내부고발자를 여기선 공익제보자라고 했다. 같은 개념으로 쓰자. 왜냐하면 내부고발자들은 공익을 위해서 제보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공익제보에 대해서 더 긍정적이고 이런 사람들이 대우를 받는 그런 사회의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데, 이건 정반대다. 물론 제목과 표지의 글을 읽어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은 내부고발을 한 다음에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먼저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는 것. 왜냐하면 조직의 비밀을 밖으로 유출시켰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조직은 더 웃기게도 이들에 대한 정보를 다른 조직에 모두 넘긴다. 소위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그럼 내부고발자의 신상을 넘긴 조직 구성원들은 배신자 아닌가. 참 우습다. 자신들의 잘못을 그 잘못을 폭로한 사람을 배신자로 몰아 덮으려는 그 심사들이. 그럼에도 이런 파렴치한 일들이 자못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불감사회였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두번째는 조직의 비리를 내부고발한 사람들의 개인비리로 몰아가는 것. 조직 내에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또는 망설이는 사이에, 또는 어쩔 수 없어서 함께 한 일을, 그것도 개인이 주도하지 않은 일을, 조직이 시켜서 한 일을 '네가 한 거잖아. 넌 나쁜 놈이야' 하는 이런 덮어 씌우기.
다음엔 왕따 시키기. 괴롭히기. 폭력을 가하기. 이거야 원. 법치 사회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무서운 건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지 말라는 소리와 같은데, 이런 짓을 대놓고 하고 있으니... 이것과 더불어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재판과정. 역시 절차를 중시하는 법치사회답다. 당장 먹을 게 없어서 힘들어 하는 사람과 시간과 돈이 넉넉한 사람이 몇 년씩 걸리는 재판을 한다면 승자는 누가 될까? 아니 여기서 도대체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여 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 스트레스에도 반응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하고, 이 책은 이런 이들의 반응을 연구하여 앞으로 내부고발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목적으로 쓰여졌다고 보면 되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으려나? 갑자기 요즘 떠오르는 일이 있는 건?
중요한 것은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게 조직들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이 알기 힘든 부정인데, 사회에 결코 좋지 않게 작동하는 것이라면 내부고발자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내부고발자를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러한 내부고발로 어떠한 피해도 당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공익제보에 관해서는 상당히 높은 민감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공익제보를 한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이 큰소리를 치면 안되지 않겠는가.
이런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한 방법으로, 또는 힘없는 약자들을 보호하는 한 방법으로 요즘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가 가장 좋지만, 만약 있다면 이런 부정부패를 감지하고 알릴 수 있는 파수꾼 같은 존재인 내부고발자가 피해를 입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아니 이런 내부고발자가 공익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더 칭송받는 그런 사회가 되도록 우리들이 공익에 대해서는 민감한 감수성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왜 이런 종류의 책들이 자꾸 눈에 띠는지... 참.
덧글
나는 내부고발자와 공익제보자를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