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국 주방장 보름달문고 38
정연철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 있다. 순식간에 읽게 된다.

 

그렇다고 가볍지는 않다.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임에도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또 경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무거운 내용에 빠져들어 허우적대지 않고, 그럴 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자연스레 웃음이 머금어지기도 한다. 그 웃음 뒤에는 물론 쓰디쓴 현실이 자리잡고 있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결코 밝지만은 않음을 생각하게 하지만.

 

총 여섯 편의 소설(동화)이 실려 있다.

 

주병국 주방장, 외계인 친구 1호, 독립 만세, 쑥대밭, 껌, 쿵쿵

 

아이의 꿈과 부모의 희망이 일치하지 않을 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때, 물질만능주의-허영에 들뜬 삶을 살아갈 때, 도시개발로 인해 삶터가 파괴될 때, 아이들의 그 아련한 설렘-사랑, 그리고 요즘 문제가 되는 아파트 층간 소음.

 

다루고 있는 주제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이 작품들이 모두 아이들의 시선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가 어린아이인 옥희의 눈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과 같이.

 

또 결론을 내지 않는다. 이야기를 과감하게 끝는다. 그래서 일종의 해피엔딩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추구하지 않는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주방장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 왕따임에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를 발견하고, 자신의 친구를 만들겠다는 아이,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개발단지의 건물들이 흉물스러움을 발견하는 아이,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아이 등등.

 

여기서 결말이 좀 다른 것은 '독립 만세'인데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허영에 들뜬 사람을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을 통해, 아이의 천진해보이는(보이는 이다. 결코 천진하지 않다. 이 아이는 엄마를 그대로 따라하기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아이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보게 한다.) 행동들을 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안 좋은지를 읽는이로 하여금 알게 한다. 그러니 역시 결말은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서 만들어가게 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생각해야 할 문제는 바로 층간 소음이다. 층간 소음 문제로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곤 했는데,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중심을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 문제는 심각하다. 

 

소음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아파트라는 건물이 지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 '쿵쿵'이다.

 

먼저 김훈이 했다는 말을 보자.

 

'아파트에는 지붕이 없다. 남의 방바닥이 나의 천장이고 나의 방바닥이 남의 천장이다. (중략) 얇고 납작하다. 그 민짜 평면은 공간에 대한 인간의 꿈이나 생활의 두께와 깊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생애의 수고를 다 바치지 않으면 이런 집에서조차 살 수가 없다.'

 

(김훈의 "자전거 기행"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최우용, 다시, 관계의 집으로, 궁리. 2013년 1판. 157-158쪽에서 재인용)

 

이것을 심각하게 풀어가지 않고, 아래층과 윗층 아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결국 이 두 집은 서로 교류를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상대방이 어떤 처지인지 서로 모르게 된다. 물론 중간에서 아이가 메모지를 없애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상대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냥 불만을 가질 뿐이다. 여기에 또 한 층이 나온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나는데, 역시 소음은 한 집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는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 각 층의 다른 방식을 아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잘못하면 얼마나 감정이 상하는지 윗층 아이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얼핏 오정희의 '소음공해'라는 작품과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고 볼 수 있지만, 어른의 관점이 아닌 아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또 결말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여 다음에 이 층간 소음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무거운 주제들, 그러나 무겁지 않은 진행. 무리하게 끌지 않은 결말. 이런 것들이 이 작품을 재미있게, 빠르게, 집중해서 읽게 만든다. 그리고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 웃음 뒤에 우리의 현실을 깨닫도록 하게 하는 힘이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 그 세상이 어떤지, 아이들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동화)이다.

 

동화는 아이들만의 문학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