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문학과 미술의 상호작용
김미영 지음 / 소명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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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미술이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다들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근대 문학에서 어떻게 미술과 만나고, 어떤 점에서 분화가 일어났는지를 연구한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 그림과 문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학술적인 측면보다는,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한국 근대에서 문학과 미술의 만남과 분화를 다루는 책을 읽었다. 한국 근대문학이 이식문학이라고 한 임화의 논의가 어쩌면 미술에서 비롯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미술과 문학의 관계를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어짜피 조선시대에는 시,서,화라고 하여 문인이 그림, 글씨, 시를 다함께 했으니 이때는 예술이 전문화되지 않았을 때라고 하고, 이것이 근대를 통과하면서 서양의 전문화된 예술이 도입되게 된다.

 

이런 도입을 당시에는 이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독자적인 미술 장르가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우리나라에는 미술이라는 말 자체가 이식에 해당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1930년대에 들어와서는 서양 또는 일본의 미술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양식을 받아들이되 내용을 우리것으로 채우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한다.

 

즉, 미술 분야에서 이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만의 미술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그런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그런 성과를 거두게되기까지는 미술에 관련된 화가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소설가로, 시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도 많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1920년대 중반 우리나라 최대의 예술단체였던 카프(KAPF)만 하더라도 미술분과와 문학분과에 걸쳐서 활약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태준은 미술평론으로 데뷔를 했다는 점, 자신의 소설을 미술에 빗대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문학인과 미술인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임화의 이식문학론은 미술 분야에서 이식 문제의 논쟁을 보고 나름대로 문학분야에 적용하여 우리 문학의 본질을 탐구한 것이라고 한다.

 

이식문학론이 우리문학의 사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양식의 서양성을 넘어서 우리 문학을 창조하려는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식문학론 하면 악명 높은 문학론, 우리나라 문학을 외국의 수입품으로 전락시킨 이론 등으로 매도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서양과 조선의 만남에서 조선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는 얘기다.

 

1930년대에 미술계나 문학계에서 나타난 성과들을 보더라도 문학의 식민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식민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좀 학술적인 책인데.. 그래도 우리가 알고 있는 작가들, 이태준, 이상, 박태원과 같은 구인회 멤버들과 화가들 중에서 그래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구본웅(이는 이상의 친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중섭, 박수근 등도 등장하고 있으니 그렇게 이 책이 우리에게서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다.

 

통섭, 통합, 융합이 말해지고 있는 시대, 이 책은 문학과 미술의 상호관계를 살폈다는 데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덧글

 

년도의 오류. 이는 별것 아닌데, 별것으로 다가온다.

 

201쪽. 문단 역시 1925년 카프(KAPF)의 해소로 ~ 하는 문장에서 카프 해소는 1935년이다.

239과 240쪽에 나오는 인물 암함광은 혹시 안함광이 아닌지... 문학평론가 안함광은 알겠는데, 암함광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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