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관계의 집으로 - 건축이 세상과 소통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하여
최우용 지음 / 궁리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이 세상과 소통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하여'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다.

 

건축에 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지만 몇 권 읽은 내용으로 생각해보면 건축은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합예술이라고 하기가 그렇다면 건축에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해도 좋다. 따라서 "건축은 인문학이다"라는 말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건축물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보다 '그 건축물을 왜 짓는가' 하는 물음이 먼저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님 자신의 미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것도 아니다.

 

건축이 예술이기 때문에 미적 취향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나 아닌 다른 대상을 나와 동등한 타자로 놓지 못하고, 단순한 미적 대상으로만 놓았을 때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 때 건축은 왜 짓는가란 질문을 놓치고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머무르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머물렀을 때,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한다. 그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천재적인 능력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로 인해서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삶에 변화를 겪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가 바로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치중했지, "왜" 짓는가에 대해서는 물음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는 반대로 "왜"에 강조점을 둔 디자이너(건축가)로 파파넥을 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축은 파파넥이 주장한 것처럼 사람들의 삶과 관련이 있는, 삶을 좀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건축이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제목도 마음에 든다. 건축물이 혼자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그래서 건축물은 사람들의 삶에 관계를 맺어주는 그런 역할, 단지 사람들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그런 관계의 존재기 되어야 한다는 주장.

 

우리가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건축에 대해서 느꼈던 점들을 진솔하게 풀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진솔함이 감동을 준다. 하여 이 책은 홀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건축과 자연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해준다.

 

책에서 주장하는 관계의 집이 책을 통해 사람들과 자연을 관계맺게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역시 건축은 인문학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준 책. 그리고 건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철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

 

마음이 편안해 졌다. 읽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