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벅차다 - 꽃그늘 속 피어오르는 설렘처럼
정우영 지음 / 우리학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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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벅차다.  그 짧은 시행에 엄청난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도다. 세상의 그 많은 일들이 다 들어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지도제작자가 지도에 다 넣지 않듯이 시인 역시 시에 다 넣지 않는다.

 

하지만 지도에는 다 들어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한.

 

시도 마찬가지다. 시에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찾을 수 있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구의, 우주의 그 광활함을 지도 한 장에 압축해서 넣을 수 있듯이, 세상의 모든 일들을,

사람의 모든 일들을, 시 한 편에 모두 담을 수 있다.

 

하여 시 한 편에는 우주의 역사가, 인간의 역사가, 인간의 삶이 오롯이 들어가 있다.

 

어떻게 읽어내냐에 따라 시는 나에게 축복을 주기도 하고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시는 벅차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정희성의 시가 시를 읽는데 도움을 준다.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정희성, '희망' 전문. 정우영, 시는 벅차다, 우리학교. 2012년 277쪽에서 재인용

 

나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은 지금 세계화의 시대에서, 지구촌이라는 시대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 세상에서, 그 시간의 빠름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다.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길게 늘여야 한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아주 짧은 시간을 길게 늘여 바라보아야 한다. 시 속에 들어 있는 그 길고 김을 짧음 속에서 인지해야 한다.

 

시를 들여다봐야 한다. 시 속의 장구한 시간을, 광활한 공간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 시가 보인다. 시가 내 속으로 들어온다.

 

지도를 보고도 지도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에겐 지도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시를 읽되, 시를 느낄 줄 모르는 사람에게도 시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 그래서 시는 우리에게 필요해. 이래서 시가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 읽으면서 많은 시를, 좋은 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시평 에세이라고 하니, 이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좋은 시도 만나고, 또 시를 보는 눈도 기르게 된다.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에 작은 문이 생긴 것을 깨닫게 된다. 시로 통하는 문!

 

이 책에 나와 있는 시인들.

 

백무산, 이상국, 황규관, 이은규, 권덕하, 김선우, 손병걸, 임희구, 송진권, 박승민, 이민호, 하종오, 정군칠, 김응수, 안현미, 김사이, 정끝별, 안명옥, 김해자, 복효근, 이중기, 이덕규, 문   신, 박일환, 장성혜, 강병길, 조   정, 이정원, 이문재, 문인수, 도종환, 송찬호, 최두석, 김사인, 정희성, 천양희, 강형철, 박남준, 박성우

 

고마운 시인들이다. 아직도 세상은 살만함을, 세상은 좋아질 수 있음을 이 시인들이 쓴 시들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이런 시인들, 우리의 생에서 한 번쯤 만나야 할 시인들 아니겠는가. 시들을 통하여 그들과 통하고, 세상과 통하는, 그래서 함께 공감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런 만남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신자유주의, 이제는 너무도 당연해서 쓰지 않는 말. 개발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 이제는 쓰지 않아도 이미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 말. 그런 말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시들. 그런 시들 이제는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지도는 간략하다. 그러나 지도가 있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있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시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갈 길을 알려준다. 따뜻하고 밝은 빛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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