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의 전쟁 - 시사인물사전 18
이휘현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프레이리의 말이 있다. 프레이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루쉰이 한 말에도 결국 사람이 걸어가야 길이 된다는, 그 길이 바로 희망이라는 말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하고, 그 길은 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남들의 눈에 띄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의 눈에 띤다는 얘기는 남들과 많이 다르다는 얘기가 되고, 남들과 많이 다르다는 얘기는, 자신의 삶이 독창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도 되고.

 

이름없는 사람들, 독창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그들은 남들에 묻혀 있다. 여기에는 어떤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작동할 수가 없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만, 그들의 길은 너무도 작고 짧아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삶. '장삼이사'들의 삶.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이 그저 그렇게 묻혀서만 존재하면 삶의 의미를 찾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세상에 왔으니 이 세상에 자신의 발자국 정도는, 자신이 간 길을 남들이 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길을 내는 일은 '전쟁'보다도 더 힘든 일이라고 해야겠다. 물론 전쟁보다 더 힘들 수는 없겠지만, 대량살생을 하는, 파괴와 죽음을 부르는 그 전쟁보다는 건설과 삶을 부르는 삶이 더욱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할 수고 있다.

 

여기에 그러한 건설과 희망의 길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상력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길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김기영, 미야자키 하야오, 월트 디즈니, 이철수, 이현세, 제임스 카메론, 데이비드 오길비, 양영순, 폴 버호벤, 잉그마르 베리만, 이명세, 리들리 스콧, 심형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이다. 주로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화가, 판화가,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업종이 상상력과 긴밀한 관련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들 업종에서는 상상력을 자본으로 환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이름없이 자신의 세계를 묵묵히 추구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자본의 힘으로 전환시킨 사람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 가장 자본의 힘으로 약하게 전환시킨 사람이 이철수인데, 이철수 또한 자신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있으며, 이는 어느 정도 그의 작품 활동을 지속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 자본의 힘으로 전환시킨 사람들 얘기가 많아서 조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또 이 사람들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삶의 태도가 바로 상상력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 지금 시기는 지식만을 습득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되고 그 지식을 다른 것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상상력, 창조력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이들의 삶에서 배울 것이 많다.

 

이들이 상상력과의 전쟁을 통해 만들어낸 길을 우리는 볼 수 있기에 그 길을 바탕 삼아 우리들만의 길을 만들 수 있고, 또 갈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우리에게도 우리들만이 길이 있을테므로.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이 말은 바로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 내 길, 그 길을 만드는데,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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