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감각 기르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거침없는 대화 지식여행자 1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

 

이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발명 마니아"였다.

 

그냥 창의적인 생각을 다룬 책이겠거니 하고 샀는데, 읽다보니 이거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발명한 것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발명한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발명하고 싶은 것들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이 깔려 있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옳음에 대한 사랑.

 

그리고 "속담 인류학"이라는 책에서도 요네하라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고 말았고.

 

그럼에도 요네하라의 개인적인 신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 그녀가 인간에 대한 사랑을 기저에 깔고 있었는지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고.

 

자신의 아버지는 공산주의자였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프라하에서 러시아 학교에 입학해 교육을 받은 특이한 경력.

 

일본과 프라하에서 상반된 교육을 받고서 자신의 성격을 형성한 요네하라.

 

일본의 교육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프라하의 교육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 덕분에 그녀는(아버지 덕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아버지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동시통역사가 되었다.

 

러시아 학교를 다녔으므로 러시아어는 잘했음으로.

 

또 통역의 세계는 자격증이 필요없고, 아버지가 누구냐가 결정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런데 이런 통역의 세계는 "말"을 다루는 세계다. 말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그치지 않고, 어떨 때는 사람 자신이 된다.

 

이 대담집을 읽다보면 요네하라는 시각과 청각을 자주 구분한다. 그리고 시각보다는 청각이 논리를 키우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각은 문자로 이루어지고, 또 기억보다는 기록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나열식이 되어 현학적이 되지만, 상대에게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

 

반면에 청각은 음성으로 이루어지고, 기록이 되지 않고 기억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논리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어느 책에서 읽었던 상황이었는데...

 

강연을 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강연을 받아적기에 급급하기만 한 모습을 보고, 받아적기를 금지시키고 그냥 듣게만 했다는 이야기.

 

글에, 기록에 의존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논리적이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사실을 죽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인터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 자신의 써온 글을 읽기만 하니 말이다. 그러니 새로운 질문에 대답이 궁해서 버벅거리기 일쑤지.

 

평생을 직설적으로 자유롭게 살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요네하라의 성격이 왜 그렇게 형성이 되었는지는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삶을 산 요네하라가 부럽기도 하다.

 

비록 일찍 세상을 떠 더 많은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자유롭게 산 사람, 그러나 남에 대한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던 사람.

 

통역은 말을 그대로 옮겨주는 일이 아니라 의미를 전달해주는 일이라고 말한 사람. 그런 요네하라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이것에 더하여 정말로 말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한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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