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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소설 형성사 - 자본이 이상을 몰아내다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6
김창현 지음 / 책세상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소설을 읽지 않는다. 소설을 읽은 지가 오래 되었는데...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현실 때문인지, 아니면 소설이 너무 지엽적인 것에 머무른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로 책을 사 보는 입장에서 소설을 사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한일 소설 형성사.
외국 사람이 쓴 소설의 기원 등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소설 형성사라니...
조금 전문적인 책 같지만, 책세상 문고로 나왔으니 꼭 전문가만 읽으라는 책은 아닐테고...
일본 문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제목에 있는 자본이 이상을 몰아내다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
일본과 우리나라의 중세부터 근대까지 소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나가는데, 소설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나 의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무사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며 폐쇄적인 성을 중심으로 생활을 했고, 따라서 강력한 중앙집권 사회라고 하기가 힘들었으며, 농업을 중시하기보다는 상업에 더 중요성을 둔 사회였다는 주장. 그래서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무사들의 권력 밑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로 돈과 향락을 선택했다고 한다.
어차피 출세는 할 수 없고 이들에게는 세상이 어떠해야 한다는 이상도 없었기에 오로지 돈을 통한 향락을 추구하는데, 그 향락의 모습이 소설 속에서 온갖 환상이나 성에 대한 자유로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근대에 들어서도 빠른 근대화로 인해 식민지 생활을 하지 않았는데, 예전 문화에 대한 반전은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일본 문화는 성의 자유분방함과 환상이 넘치는 상태로 존재한다. 또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으로(예전 성에 자신들의 생활을 국한시켰던 모습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의 모습을 지녔다. 유학이라는 이념을 중심으로, 그 이상이 실현되는 사회를 꿈꾸었으며 그래서 영웅소설들은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한 민중들의 문학이라는 판소리 소설들도 역시 어떠한 이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근대 문학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를 겪으면서 일본 문학과 만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지녀왔던 이상을 추구하는 전통을 잃지 않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만 식민지 이후, 이상의 좌절되는 경험을 하면서 우리의 문학도 향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문학은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에 대해서 알게 해주고 있는 책. 이를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