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국어 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 김미경 선생의 국어 수업 일지 언제나 맑음365 !
김미경 지음 / 살림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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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광고가 있다. 몇 십년 동안 연기를 하다보니 자신도 연기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되었다는. 그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대상을 홍보하는 광고.

 

오랜 세월 동안 한 일에 종사를 하다보면 그 분야에서는 거의 최고의 수준에 이르른다는 말인데, 이 말이 가장 안 통하는 직업이 교사이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교는 조금 나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입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하는 교사들은 경력이 많은 교사들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나름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중학교나 초등학교는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나이 먹은 교사는 퇴물 취급 당하기 일쑤다. 그만큼 이들 학교에서는 무엇이 전문가 소리를 듣게 하는지 어렵다는 얘기다. 나이 먹은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해서 학교를 떠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이들 학교에서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곧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과 동일시 된다는 얘기가 된다.

 

정말 그럴까? 운동선수와 더불어 교사들도 나이 먹을수록 실력이 떨어질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사라는 직업이 가르치는 직업인데, 가르치는 일을 지속적으로 오래 해온 사람이 전문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능한 교사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수업연구를 하며 교육활동에 전념해온 교사들이 그 결과물들을 외부에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해온 일들을 오로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만 풀려고 했지, 이를 특정한 결과물로 만들어 공개하지 않았던 모습들이 교사들은 연구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는다, 한 번 교사가 되면 철밥그릇이기 때문에 제 자리만 지킨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반갑다.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한 결과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아이들과 지낸 일들은, 그 수업들의 모습을 자료로 충실히 정리하여 책으로 펴냈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으로 교사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수업 방식을 확립해나가는 전문가임을 증명해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책으로 낸 경우가 꽤 있다. 또 전국적으로 교사모임에서 책으로 낸 경우도 있고.

 

하지만 이렇듯 자신이 한 해 동안 한 수업을 오롯이 기록으로 남겨 책으로 낸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한 해 동안 국어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방법으로 수업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시도하고, 이것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교사가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지 않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하게 하는 모습, 또 학생들 스스로 공부한 결과들을 공책에 정리하도록 하는 모습, 정리한 결과물을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게 하는 모습, 학교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교육적 만남들을 이끌고 있는 모습들. 그럼에도 갈등이 전혀 없는, 성공만 한 수업을 보여주지 않고,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하여 중학교 국어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전문가란 단지 그 분야에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종사했다고 해서 얻어지는 이름이 아니다. 그 분야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였을 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런 이름을 얻은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교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수업이 저자만의 수업이 아니라, 여러 교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비록 자신의 결과물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런 교사들이 많이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또 자기의 수업에 대해서 고민하는 교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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