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시인에 대해서는 그냥 모더니즘 시인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의 시들은 짧고, 또 내용없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내용없는 아름다움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시 "북치는 소년" 때문이었다.
북치는 소년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김종삼 시선,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미래사, 1994. 1판 4쇄. 28쪽
바로 이 시 때문에 내용보다는 어떤 분위기로 시를 느끼게 하는 그런 시인으로 알고만 있었다. 여기에 "묵화"란 시에서 느껴지는 한 편의 그 고요한 동양화 같은 느낌. 분위기...
그런데 "삶창"을 읽다가 김종삼 시를 소개하는 글을 만나게 되었다.
어? 김종삼 시를 이렇게 읽을 수도 있네. 이런 면이 있네.
시인에 대해서 시 한두 편으로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반성.
요즘 시대와 맞물려 가슴 아프게 다가온 시도 있고.
또 그의 이번 시집에 등장하는 전봉래나 김관식 등과 가까이 지냈다는 사실에서 그를 단순히 모더니즘 시인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와 같은 다른 좋은 시들도 많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상황과 우리의 역사와 관련지어 내 맘을 때리던 시...
마음에 큰 울림을 준 시. 왜 이리 서글퍼지는지...
민간인(民間人)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嬰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김종삼 시선,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미래사, 1994. 초판 4쇄 69쪽
슬프다. 지금 우리도 그 수심을 모른다. 끝도 없는 수심.
세월이 흘러 이제는 이런 시가 과거의 시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김종삼은 짧은 시 속에서 우리 민족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김종삼 시에 대해서 다시 보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