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철학 - 지배와 저항의 논리
사카이 다카시 지음, 김은주 옮김 / 산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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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두려움과 함께 한다. 두려움은 공포와 비슷한 감정이라고 한다면 폭력은 이 공포에 기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폭력은 일방향적이 아니다. 폭력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폭력이 있으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폭력도 있다. 아래로 내려오는 폭력이 지배의 폭력이라면, 위로 올라가는 폭력은 저항의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둘 다 폭력이라고 한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어떤 폭력은 정당하고, 어떤 폭력은 정당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여기에 폭력은 무조건 옳지 않다고 하면 이 둘의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 차이는 무엇인가 고찰해보아야 한다.

 

지배하는 폭력이 단순한 물리력 뿐만이 아니라, 공포를 수반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복종하게 한다. 이러한 지배하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또다른 폭력일 수가 없다. 그것은 폭력의 재생산일 뿐이다.

 

그렇다면 저항의 폭력은 비폭력이어야 하는데, 이 비폭력은 무력함이 아니다. 오히려 비폭력은 힘을 바탕으로 한다. 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비폭력은 지배층에게 이용당하기만 할 뿐이다.

 

힘을 바탕으로 하는 비폭력, 이것이 역사 속에서 나타난 순간이 있었으니, 그것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종차별 운동, 말콤 엑스의 운동, 간디의 운동 등등이다.

 

이들은 지배의 폭력에 맞서 비폭력의 저항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켜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비폭력은 다른 세상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세상이 가능함을 인식하는 것은 비폭력의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이러한 비폭력은 현실적으로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게 된다.

 

1부에서 이러한 비폭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2부나 3부에서는 폭력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가장 큰 폭력인 전쟁, 이를 전면전과 게릴라전으로 나누고 있으며, 또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도 고찰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에서 벗어나는 길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상호신뢰로 뭉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결국 공포란 나만이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 또 나 이외의 사람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테다. 하여 저자는 미디어도 비판하고 있다. 미디어들이 사건들을 계속 내보냄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러한 불안감이 폭력에 대해서 관용적인 모습을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배의 폭력은 두려움과 공포를 끊임없이 자극하여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면, 저항의 폭력은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여 함께 살아가야 함을 보여주는, 그래서 비폭력 직접행동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그것은 명백하다. 비폭력 직접행동. 나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하는, 서로가 서로를 믿는 그런 관계의 회복. 그것이 바로 폭력의 철학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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