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강설 사서삼경강설 시리즈 6
이기동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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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별 거 아니고, 오히려 진부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젊은시절, 앞만 보고 내달리던 그 시절엔 고전이란 과거의 유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고전하면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고리타분하고, 웬지 상투를 튼 아저씨들이 공자왈 맹자왈 한다든지, 아니면 현실과는 상관없는 구름 따먹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쉽다.

 

또 이제는 스마트한 시대가 되어서 고전은 정말로 고리타분한 옛것,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기념품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고전이란, 고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대의 검증을 거쳐 이겨냈다는 이야기다.

 

여러 시대에 걸쳐 수많은 검증을 거쳐 사람들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인정을 받은 것들이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고전은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 곁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전이란 예나 지금이나 도덕적인 소리, 옳은 소리라는 인식만을 지니고 그래서 고전을 배운다는 것은 삶의 즐거움을 어느 정도는 포기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고전을 공부함으로써 삶이 더욱 즐겁고 풍요로와질 수 있는데... 마치 요즘 어려운 시대에 인문학 공부의 붐이 일어나듯이 말이다.

 

우연히 서경을 펼쳐들게 되었다. 서경, 4서 5경 중의 하나. 그냥 지식으로만 외우고 있었던 이 책은 그래도 논어나 맹자는 한 번쯤 호기심에서라도 읽어보기라도 하지만 서경은 그냥 책 제목만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서경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상서 깊이 읽기"란 책에서 비롯됐다. '상서'가 서경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 여기에 나오는 '바람과 풀'의 이야기를 김수영의 '풀'이란 시에 대입한 글을 읽은 적도 있기에 그렇다면 마음 먹고 서경을 한 번 읽어보자 한 것.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의 이야기다. 이 중에 주나라의 이야기가 가장 길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요, 순, 우, 탕이라는 임금과 주문왕, 주무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냥 왕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천명을 이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주나라까지의 역사를 통해 후세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책이다.

 

군주와 신하, 백성의 관계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데...

 

어쩌면 이 책을 지금의 정치가들이 읽는다면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정치란 이래야 한다는 주장이 잘 나타나 있다.

 

공자가 본받고 싶어했던 주공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결국 주공은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건국한 정당성을, 백성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또 전 나라인 은나라 신하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이 말들을 통해 정권교체기의 정치가들이 자신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지침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경에 나오는 바람과 풀의 비유보다는 당태종이 말했다는 물과 배의 관계가 더 백성과 군주의 역할과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을 때 풀들이 얼마나 힘들지는 바람과 풀의 비유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 바람에 기뻐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꺾이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는 풀들의 모습, 그러나 바람이 지나간 다음에 다시 자신들이 몸을 꼿꼿이 펴는 풀들.

 

이것이 어찌 옛날의 모습만이겠는가.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이기도 하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서경은 정치가들의 필독서이기도 하겠지만, 나와 같은 일반 국민들이 필독서이기도 하겠단 생각이 든다.

 

바람과 함께 하는 방법을, 또는 바람을 이기는 방법을, 그 바람이 좋은 바람이 되게 하기를 우리 역시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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