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젠틀맨"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강남 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싸이의 후속작이다.
평가는 기존 강남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안정을 취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싸이라는 이름에 유명세를 더 타지 않나 싶다.
예전 같으면 B급 음악이라고 했을텐데, 이제는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다. 음악에 에이급이다 비급이다 하는 것이 있겠느냐마는, 이상하게도 싸이의 음악이 홀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강남 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전에는.
싸이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난 뒤, 그의 작품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냥 예전 싸이의 음악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의 음악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스타는 한 번 만들어지면 계속 더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지니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싸이가 만들어졌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제는 스타라는 것도 개인의 노력보다는 무언가 만들어진 제도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스타는 개인이라기 보다는 제도의 결과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니, 이는 싸이가 약간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아이돌들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개인의 능력으로 스타가 되기 참 힘들어진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싸이라는 사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싸이와 서태지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서태지도 처음에는 그런 음악을 하다니, 저게 무슨 음악이냐 하는 소리를 듣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 음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하여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는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제 싸이는 자신만의 음악으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으니..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그냥 음악을 음악으로 즐겨도 되지만, 그런 음악의 역사를 알고 듣는 것도 좋지 않을까? 또 스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알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싸이가 다시 언론에 나오는데, 갑자기 두 책이 생각이 났다. 예전에 읽었었는데, 어쩌면 그 책들의 내용이 지금의 싸이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김호석, 스타 시스템, 삼인, 1998
이영미, 서태지와 꽃다지, 한울,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