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 - 행복할 경우 읽지 말 것!
아르튀르 드레퓌스 지음, 이효숙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동화였던가, 치르치르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결국 파랑새는 자신들의 곁에 있다는 그 도덕적인, 당연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

 

이 동화를 간단하게 줄이면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가 되고, 이를 종교적으로 표현하면 원효대사의 한 마디,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가 되고, 의학자인 프랭클의 말로 하면 행복은 의미를 찾는데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깨달음을 얻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인생의 의미, 또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 인생을 산 나이 든 사람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네가 뭘 알아? 네가 인생을 살아봤어?"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쓴 사람, 그것도 용감하게 제목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붙인 사람, 또 작은 제목으로 '행복할 경우 읽지 말 것!'이라고 한 사람은 젊은 사람이다. 책에 있는 작가소개에 정확히 나와 있지 않은데, 20대 중반이라고 한다. 책 내용에서 유추하면 기껏해야 25세이다. 25세란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장도 갖지 못했을 확률이 높은, 그래서 인생경험이나 사회경험이 거의 없다고 여겨지는, 이런 나이대의 사람이 이런 제목의 책을 쓰면 '웃기는 소리'나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소리를 듣기 쉬울텐데...

 

인생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아는 것이 나이와 비례하지는 않는데, 또 역사를 살펴보면 큰사상을 이룩한 사람들은 이미 젊은시절에 그것을 이루었는데, 예수도, 부처도 그리 나이가 많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였으니, 나이를 따지지는 말자.

 

그냥 책을 읽으면 된다. 어쩌면 작은 제목은 당연한 말이 된다.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이미 행복한 사람이 일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가고, 손에 드는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일테고, 이들은 지금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책의 도움을 얻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한 답을 얻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읽은 다음 "뭐야, 이거. 도대체 뭔 소릴 한 거야?"할 테다.

 

무슨 철학적인 내용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구체적인 방법론도 없고, 그냥 자신의 일상을 책에 담고 있다.

 

기대했던 "행복론" 또는 이상하게 당위적인 말로 너무도 지당한 말로 행복은 이런 거야 하는 말도 없다.

 

20대 젊은이의 일상이 책에 담겨 있을 뿐이다. 다만 그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불행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요즈음의 생활양태에 맞게 이 책의 전개는 무지 빠르다. 그리고 편제도 보통의 책처럼 글자가 많이 배열되어 있지도 않다. 그림과 글이 적절히 어울리고 있으며, 글은 짧은 편에 속한다.

 

속도감이 느껴진다.

 

20대에 권태를 느끼고 은퇴를 생각하는 친구에게 자살을 이야기한다. 은퇴와 자살이 무엇이 다르냐고 하면서. 어짜피 끝 아니냐고.

 

하지만, 이는 직선적인 사고다. 출발에서 이미 끝을 보고 달리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러나 출발에서 끝을 볼 수는 없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기 때문이고,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출발하여 끝으로 가는 과정은 숱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이 일들은 정해져 있지 않다. 많은 경우 우리가 우연이라고 하는 일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 우연들에 대해 우리는 그냥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해석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행복에서 멀어진다. 즉, 행복은 인생의 과정이다. 이쪽도 저쪽도 모두 존재하는. 그러한 과정들이 모여 우리는 삶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삶이라는 직업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시간의 뒤를 볼 필요는 없다. 시간의 뒤를 보면 해석이 개입하게 되고, 이는 자책과 후회로 연결되게 된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앞을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충실하면 된다.

 

어짜피 출발점은 이미 지났고, 끝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지금 무수한 일상들 속에 있다. 그리고 이 일상속에서 삶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은 바로 행복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일은 바로 그 순간은 다른 것을 잊고 책에 집중하기에 행복해진다. 행복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을 놓는 순간은 그 순간으로 다 읽었다는 만족감에 행복해 진다. 결국 이 책을 읽었다는 행위 자체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행복하기에 역시 행복하다. 참 재미있는 제목이다. 읽거나 읽지 않거나 우리는 모두 행복하다.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읽어 보자. 무엇이 행복인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책도 있구나 하자.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도 행복이니까... 

 

결국 우리의 일상이 바로 행복이다. 바로 파랑새다. 그 파랑새가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이 있다. 그걸 알아차리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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