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가슴을 물들인 만남 - 느낌 있는, 국어 교과서 속 시인 읽기
고광석 지음 / 북카라반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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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참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지만, 또 누구도 시인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여 시인이란 시와 함께 하는 사람이고, 시를 자신의 온몸으로 받아들여 자신과 시가 일체가 된 사람이다. 그러한 사람을 우리는 시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인은 우리 곁에 없다. 우리는 시인을 우리 곁이 아닌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인 양, 저 멀리 존재하는 고고한 존재로 판단을 하고 우리 스스로 멀리하고 있다.

 

시인은 점점 많아지는데, 우리 곁에는 시인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시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 마음 속에서는 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가 넘쳐나고, 시인이 늘어가는데, 정작 시는 없어지고, 시인은 사라지는 시대. 그러한 시대를 유지하는데 어쩌면 학교 교육이 일조를 했는지도 모른다.

 

시란 어려운 것, 시인은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사람. 시를 느끼기보다는 문제를 풀어야하는, 그것도 답을 찾기가 너무도 어려운 문제로 먼저 만나게 되는 학교 교육이.

 

그래서 교과서 속의 시는 학생들의 생활과 감정과는 함께 하지 않고, 홀로 고고하게 존재한다. 마치 너희들은 날 몰라, 내가 그렇게 범속하게 보여. 난 고상한 존재야 하는 듯이.

 

이러한 고고함이 자신을 독자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듯이 시는 그냥 그대로, 시인은 그냥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아니지, 시나 시인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가만히 있는 그들을 이상하게 비비꼬아 놓은 것이 학교 교육 아니던가.

 

그렇다면 학교 교육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나? 왜 시를, 왜 시인을 그렇게 대접하냐고... 그러면 안된다고.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시는 따분한 것이 아니고, 시인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 교과서를 통해서 배운 시인이 피와 살이 통하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생활을 언어로 표현해낸 것이라고.

 

하여 시인의 사랑, 시인의 사랑, 시인의 삶, 시인의 신념이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 책은 읽기에도 부담없이 편하다.

 

재미도 있다. 시인의 삶에 대한 일화들이 잘 나와 있어 읽어나가면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교과서에 나오는 시인들이 친숙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느낌이면 된다. 그런 느낌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할 일을 다했다.

 

백석으로 시작하여 한용운으로 끝나는 이 책의 시인들은 고전과 현대를 가리지 않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예전에 나온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도 시인들에 대해서 알게 해주고, 시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 책은 신경림의 책보다도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막상 신경림 시인이 자신의 시를 시험문제로 낸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일화도 이 책에 나오니, 신경림 시인의 책 후속편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래서 기대한다. 교과서에는 매우 많은 시인이 나온다.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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