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쟁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20세기를 극단의 세기라고 했는데, 폭력의 세기라고도 하고, 그래서 21세기는 평화의 세기, 공존의 세기가 되어야 하는데...

 

평화와 공존은 아직도 먼 이야기인가?

 

한 때 남북 정상들이 회담을 하면서 평화와 공존으로 가는 듯하던 남북관계가 경직되기 시작하더나, 이제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전시상황에 준해서 판단하고 행동하겠다느니, 전면전은 가능하면 피하려 하겠지만 도발한다면 가차없이 응징하겠다느니, 서로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

무섭다.

 

이런 무서운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경직되지 않은 것을 보면 한반도에 평화가 많이 정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안보 불감증에 있는 것인지, 이러한 일들을 양치기 소년의 행동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인지...

 

오히려 이럴 때 평화를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하는데, 미국의 최신 공격 무기가 한반도에 와서 훈련을 한다고 하니... 이것이 평화를 위한 노력이 될지...

 

우연한 계기로 정현종의 시집을 다시 읽게 되었다.

 

정현종 하면 좀 어려운 시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읽었을 때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으니.. 이것이 시대와 맞물려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인지...

 

시인은 시대를 앞서가도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대변한다고 하더니, 정현종 시인도 이러한 위협시대를 대변하는, 그래서 평화와 공존을 역설하는 시를 일찌감치 발표하고 있었다.

 

그 시, 지금 이 때, 정말로 마음에 와 닿는다.

 

위협과 공포가 아니라 평화와 공존. 이것이 필요한 시기.

 

제발 시 좀 읽자.

 

 

                         요격시1

          - 정현종 

 

다른 무기가 없습니다

마음을 발사합니다

 

두루미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미사일에

기러기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폭탄에

도요새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전폭기에

굴뚝새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포탄에

뻐꾸기를 무기 공장에

비둘기를 무기상들한테

따오기를 발사합니다 정치꾼들한테

왜가리를 발사합니다 군사 모험주의자들한테

뜸부기를 발사합니다 제국주의자들한테

까마귀를 발사합니다 승리 중독자들한테

발사합니다 먹황새 물오리 때까치 가마우지.....

 

하여간 새들을 발사합니다 그 모오든 死神들한테

 

 

요격시 2 

  - 정현종

 

다른 무기가 없습니다.

마음을 발사합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떨어지면서 새가되어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스커드 미사일은 날아가다가 크게 뉘우쳐 자폭했습니다.

재규어 미사일은 떨어지는 순간 꽃이 되었습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비둘기가 되었습니다.

지이랄 미사일은 바다에 떨어져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도라이 미사일은 사막에 떨어지면서 선인장이 되었습니다.

자기악마 미사일은 어떤 집 창앞에 떨어지면서 나비가 되었습니다.

디스페어 미사일은 어떤 집 부엌으로 굴러들어가 숟가락이 되었습니다.

플레이보이 미사일은 어떤 아가씨 방으로 숨어들어가 에로스가 되었습니다.

머어니 미사일은 어느 가난한 집 안방에 들어가 금이 되었습니다.

우라누스 미사일은 땅에 꽂히는 순간 호미가 되었습니다.

제구덩이 미사일은 저를 만든 공장으로 날아가 그 공장을 날려버렸습니다.

머커리 미사일은 아주 작아져 어떤 아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속삭였습니다.

이걸로 엿이나 바꿔 먹어.

··············

우리는 저 시체들의 폐허 위에서 부르짖습니다.

(UN의 힘을 훨씬 더 강화하면서)

UN은 무기 개발을 지금으로부터 영원히 증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라!

 

정현종, 한 꽃송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이런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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