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생각 - 인권으로 희망 찾기
김녕 지음 / 선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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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공기다. 우리가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만 혼탁해져도 금방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는 공기처럼, 인권은 평소에 우리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어떤 반(反)인권적인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는.

 

인권은 공기다. 혼탁한 공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 공기가 더러운지, 얼마나 우리 몸에 해로운지 알지 못한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전에는. 인권도 마찬가지다. 인권침해가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것이 인권침해인 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냥 그러려니...

 

그러다가 그것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어떤 계기를 통해서 알게 되면 그 상황을 고치려고 노력하게 된다.

 

한 번 맛본 자유는 다시 잃을 수 없듯이, 그래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았던 민족은 어떤 침략에도 끝까지 버틸 수 있듯이, 인권의 맛을 본 사람들은 조그마한 인권침해에도 참지 못한다. 그 상황을 고쳐내려고 한다. 그리고 고칠 때까지 행동한다.

 

이 책은 인권에 관해서 여러 공간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은 책이다. 제목도 소박하다.

 

"인권생각"

 

인권에 대해서 학술적인 책을 쓰지도 않고, 또 어렵게 인권의 역사니, 인권의 개념이니, 인권의 철학이니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몇 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인권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왜 인권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그 때 그 때 상황에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이미 끝난 문제도 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문제도 있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예전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놓았기에 이미 시기를 벗어난 글들도 있다. 해결되었거나, 또는 묻혀버렸거나.

 

그래도 이런 글들은 의미가 있다. 그 때 그런 상황에서 그 일을 이렇게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타산지석이라고 과거의 일에서 현재를 볼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인권감수성을 연마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라는 노래의 가사를 언급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중략)

아아 영원히 변치않을 / 우리들의 사랑으로 /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그냥 감상적으로 들었던 이 노래에서도 인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 이 가사가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이런 가사가 인권이었구나 하게 해주고 있으니...

 

아직은 무딘 인권감수성을 더욱 계발하고 다듬어야 함을 알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하여 이 책을 쓴 이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아도 주인공보다도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가령 전쟁터에서 말타고 달리면서 병사들을 재촉하는 장군을 보지 않고, 무기를 들고 발로 뛰어 말을 쫓아가야 하는 병사들의 처지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도 있게 되었다는... 그것이 바로 인권감수성이라는.

 

인권은 공기다. 어떤 사람은 공기의 상태를 먼저 알아챈다. 민감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경고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인권도 마찬가지다. 인권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인권이 살고, 그래야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나온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라는 노래 가사도 좋았지만, 정호승의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가 떠올랐다.

 

바로 우리가 이 슬픔에게 가는 길, 그래서 슬픔과 함께 할 때 인권이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열림원,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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