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그랬어요 - 열일곱을 위한 청춘 상담, 2011년 문광부 우수문학도서
문경보 지음 / 샨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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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을 위한 청춘상담'이란다. 열일곱이란 나이는 고등학생 나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이자 상담교사로 근무했었다. 그 때 그가 만난 아이들과의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때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 아이들, 왜 이리도 외롭고, 힘들고, 괴롭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는 않았을까? 객관적이라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또는 그 아이들 자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었을텐데...

 

왜 그게 그렇게도 힘들었을까? 왜 그렇게도 힘들까?

 

알고 보면 하나하나 다 소중한 사람들, 다 자기 나름대로 제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다 삶의 의미가 있는데, 가끔은 그런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 점을 이 책은 일깨워주고 있다. 그냥 무심히 넘어갔던 일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고 있으니.

 

아이들의 반항이, 거짓말이, 무기력이 정말로 그들이 외로워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그들의 외로움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교육이 망가졌다고 해도 이런 선생님들이 있는 한 교육은 절대로 망가지지 않는다. 아이들을 이렇게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이해해주는, 공감해주는 선생님이 있는 한.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정말로 그 아이가 되어서 그 아이의 마음을 다독거려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사도 많이 상처받았으리라. 그러나 그 상처를 피하지 않고 상처를 통해 오히려 아이의 상처를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갔으리라. 이것은 직전에 읽은 "상처입은 치유자"와도 통한다.

 

자신의 상처를 볼 수 있는 교사가 바로 학생들의 상처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참 훈훈하다. 상처들을 감추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를 드러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기에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리라.

 

하여 이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서는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가, 아니 그 시의 한 구절이 맴돌았다.

 

'흔들리지 않으며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래, 아이들은, 아니 우리들 모두는 이렇듯 흔들리면서 살아왔고,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들만의 꽃을 피우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이미 열매를 맺은 어른들은 왜 이 흔들림을 못 견뎌할까? 자신도 거쳐왔으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

 

이 책의 교사는 이를 안다. 이런 흔들림을 알기에, 그 흔들림이 오히려 꽃으로 피어남을 알기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닌 어깨를 걸고 함께 가고 있다. 당장의 답은 제시할 필요가 없다.

 

답은 바로 아이들이 흔들리며 찾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런 모습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아이들만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 교사가 된 글쓴이도 흔들리고 있으며, 그 흔들림들이 서로 공명하여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이 책에서 이루어진 만남이 다른 곳에서도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표현하지않아도, 또 겉으로 표현되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 속에서는 하나의꽃이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그런 만남이.

 

이 책을 통해서 어느새 잊고 있었던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아직도 따뜻하다. 이 책이 그걸 보여주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따뜻한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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