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 4대악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한다. 앞의 세 가지는 폭력이 들어가니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고, 불량식품은 우리들의 건강을 해치니 역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량식품하니, 웬지 어릴 적 생각이 난다.

 

학교에서 늘 학교앞 가게에서 과자류들을 사먹지 말라고 했었다. 불량식품이라고. 그럼에도 우리들은 싼 값에, 또 먹을 것이 귀했던 탓에 그것들을 사먹곤 했었는데, 가끔 단속에도 걸리고 했었다.

 

불량식품이라고 하는 것이 그 때 그 수준의 과자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에 다른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에 늘 관리를 해야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런 폭력, 폭력, 폭력과 함께 놓이려면 다른 폭력을 앞에 놓고 척결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있는 자들의 없는 사람에 대한 폭력...(자본의 폭력, 공권력의 폭력 등등). 이걸 4대악에 포함시켜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앞의 세 폭력은 전부 힘있는 자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 아니던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힘있는 자본들이 힘없는 중소자본을 잠식해서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고쳐야 하지 않나?

 

힘있는 자본가들이 돈 몇 푼에, 사실 그들이 이윤으로 가져가는 그 돈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복지에, 또 정규직 전환에 드는 돈은 푼돈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를 쉽게 결정하는 그러한 일을 방지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상황.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밀리거나 해고당하고 있는 현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현실... 삶터를 잃고 쫓겨나갔는데, 그곳이 겨우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 그러한 현실을 고치려고 해야 하지 않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 흉흉하다. 우선 북한의 위협이 뉴스에서 연일 나오고 있으며, 마치 70년대 텔레비전을 보는 듯하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또한 곳곳에서 폭발사고가, 가스 누출사고가 일어나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으며, 산불로 졸지에 집을 잃은 사람들... 몇 년 전 해고되어 아직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한 문제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이 문제들에 그냥 눈감을 것인가?

 

"삶창"에서는 눈을 감아선 안된다고, 늘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고, 이번 호 특집처럼, 이런 일들이 우리들의 눈에 밟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하나 고쳐가야 한다고, 그런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강유위'의 개혁이 왜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김경윤의 '동양철학의 이 한마디'라는 꼭지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지난 번 정권을 심판하는데 이 강유위처럼 행동하지 않았는가. 강유위와 같은 사람에게 우리의 기대를 전부 넘기고, 우리의 행동을 전부 넘기고 우리는 뒤로 빠지지 않았는가 반성해야 한다.

 

반성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반성은 결코 뒤로 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앞으로 가기 위한 잠시 멈춤, 숨고르기, 그리고 나아갈 준비하기. 이것이 바로 반성이다.

 

삶창에서 그런 빛을 본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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