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서정오 지음 / 현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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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의 "신과 함께"란 만화를 웹툰으로 다 봤다. 운이 좋았지.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에 다 보았으니 말이다. 지금은 유료로 돈을 내야 하는데...

 

그런데 그 만화 보면서 작가가 공부 많이 했구나 했는데, 우리나라 신화에 이런 내용들을 어디서 찾았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신화라고 하면 단군신화, 고주몽 신화, 박혁거세 신화 등 문자로 기록된 것들만 알고 있는, 어쩌면 외국의 신화는 많이 알면서도 우리 신화에는 까막눈인 상태였는데...

 

서점에서 서가의 이곳저곳을 기웃기웃거리다가 신화를 모아놓은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살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데.. 이미 "신과 함께"에서 나온 내용과 많이 겹치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아냐, 그래도 분명 많은 부분에서는 다를 거야, 또 안 나오는 부분도 많고, 만화라는 갈래와 글로 수록된 갈래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팽팽히 맞섰다.

 

책을 뺐다 넣었다 반복하다가 에라, 조금 비싸지만, 우리나라 신화 모음집이 이 정도도 안되면 어떡하냐 하는 마음으로 계산을 해버렸는데...

 

첫부분 대별왕소별왕 부분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재미있어? 어, 이런 내용도 있어. 이걸 왜 모르고 있었지. 아 "신과 함께"에서는 이 부분이 이렇게 표현되었는데, 여기서는 이렇네, 조금 다르구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지내는 온갖 신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이런 신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데, 그것을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여 채록해 놓은 책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구술된 상태를 그대로 기록했기에 읽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었다.

 

또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신화는 대부분이 무당이 굿을 할 때 쓰기 때문에 가락이 있으며, 또 내용과는 불필요한 굿에 필요한 부분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들이 읽기를 방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했다고 한다. 우선 읽기 편하게,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올 수 있게 정리를 했다. 또 내용이 조금씩 다른 신화들은 이 글을 쓴 지은이가 전체적인 내용이 더 잘 이해될 수 있게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은 넣어 새롭게 정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신화를 자기 멋대로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신화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때와 장소에 맞게 변용이 되어 온 것이 신화의 역사이고, 신화의 장점이기에 자신이 수정한 것도 신화의 특성에 맞는 일이겠지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은이의 변용을 거쳐서 이 신화들은 더욱 생명력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읽기에도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화에서 항상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성, 우리는 같은 기억을 갖고 있을 거라는 동질성 등을 느낄 수도 있고.

 

그리스-로마 신화만 재미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신화도 재미있다. 아주. 그걸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대별왕 소별왕, 처승차사 강림, 바리데기, 손님네, 칠성신, 저승 고지기 우마장자, 성주신과 지신, 조왕신과 문왕신과 측신 등등...

 

하나하나 읽어가면 우리나라 신화의 다양성을 맛볼 수 있다.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만 생각하기도 하는데, 아니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다양한, 이렇게 역동적인 신화가 있다는 걸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좋다. 더 많은 신화들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 책은 끝까지 읽으면 많은 부분이 서로 연결이 됨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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