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영화관 가서 보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영화 관람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가끔 시간이 지난 다음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서 본다. 하여 시일을 놓친 영화들도 많지만, 영화를 꼭 봐야할 시일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제 빌려다 본 영화는 "댄싱퀸"
그냥 재미있는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이 영화를 골라준다. 얘기는 들었고, 본래 춤을 싫어하는 내겐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내가 선택한 영화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는 주인의 얘기를 듣고 보기로 결정.
결과는 대만족. 2012년 초에 나온 영화인데...의외로 생각할거리가 많다. 그냥 웃고 넘길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 400만이 넘게 봤다는데, 왜 우리나라 정치판도가 바뀌지 않았지? 영화의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건가, 아니면 이 영화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찾을 수 없는 건가?
여성이 자아실현과 그를 두둔하는 남편으로 볼 것인지, 기존 사회의 통렬한 비판으로 볼 것인지. 아니, 이렇게 무 자르듯이 둘로 나눌 필요가 없지.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영화인데...
나는 정치에 중심을 두고 감상을 했다. 우연히 정치에 입문하게 된 사람. 그는 모든 면에서 어설프다. 그런데 그 어설픔이 시민들에게 다가간다. 결과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자신의 일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 아내가 끝까지 가듯이.
그런데, 왜 나는 이 영화에서 정치를 보았을까? 경선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우리나라 정치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그맨이 국회의원을 풍자하는 개그를 방송에서 했다가 고소를 당하는 나라에서, 영화에서 이렇게 국회의원들을 비꼬고 있는데 이 영화 감독 고소당했다는 얘기를 못 들었으니, 텔레비전보다 영향력이 약하다고 생각해서인가? 원.
노자의 "도덕경"이 생각났다. 책을 찾아보니 바로 17장. 게다가 뉴스에서는 '경교장'을 복원했다고 방송을 한다. 김구가 암살당할 때까지 임시정부 청사로 썼던 곳. 우리나라에
서 존경받는 정치인의 한 명인 백범 김구. 그가 백범일지에서 했다는 말까지 더불어서 떠오른 영화.
그러면서 지금 정치인들,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잠시 보았는데, 헛웃음만 나왔다. 이 영화에서 꼬집는 대목, 위장전입 안 한 사람 손들어, 세금에 자신 있는 사람? 군대 갔다온 사람?
허, 청문회에서 늘 나오는 말, 그리고 이렇게 넓은 그물에도 다 걸리는 그런 정치인들. 다들 걸리면서 업무능력 운운하면서 넘어가려고 하는 동업자의식.
이들에게 노자와 백범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자,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지도자에게) 신의가 모자라면 / (사람들의) 불신이 따르게 마련,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낍니다.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말할 것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오강남 풀이, 도덕경, 현암사, 1997 6쇄. 83쪽)
이렇게 완전 자주 독립의 나라를 세운 뒤에는 둘째로 이 지구상의 인류가 진정한 평화와 복락을 누릴 수 있는 사상을 낳아 그것을 먼저 우리나라에 실현하는 것이다.
(중략)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김구, 백범일지, 일신서적공사, 1986 초판. 254쪽에서
왜 영화에서 한 당의 경선에서 주인공이 승리했는지, 정치인들은 그 영화를 봤다면 생각해 봤을까? 그리고 노자의 말에서 자신은 어디에 해당하는지(영화의 주인공은 두 번째에 해당되리라), 또 백범이 원한 그런 사상을 지니고 있는지.
지금 정치인들은 그걸 생각해보고 있을까?
그냥 영화를 보며 난 아니야 하면서 웃고 말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