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가다. 예전에 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을 갔었는데, 하도 오래되어 한 번 가보고 싶었고,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많이 망가졌으리라는 생각에, 설마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의 풍경이 망가지지는 않았겠지 하는 확인하는 마음도 있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하회마을은 갔었지만, 하회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부용대는 오르지 못했기에 이 참에 부용대도 들러보자고 마음 먹고 떠난 길.

 

토요일, 늘 여행객이 많은 때, 이 때 도로는 차들로 몸살을 앓는데... 이걸 고려해서 아침 일찍 떠나기로 하다. 덕분에 그다지 막히지 않아 쾌적한 여행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부용대에 오르려던 일정이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한 관계로 그냥 부용대로 직행.

 

화천서원을 끼고 부용대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었다. 소나무들의 냄새도 좋고... 한 200미터 정도를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인다. 부용대다. 낙동강 건너 편으로 하회마을이 정말 물이 돌아가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울린 마을의 정경이 아름답다. 와 좋다. 이 여행의 처음을 이렇게 기분 좋게 시작하다니... 예감이 좋다.

하회마을 쪽으로 가기 전에 화천서원을 들르고, 옥연정사를 들르다. 좋은 곳에 위치한 건물들인데, 옥연정사는 특히 류성룡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이 곳에서 조용히 집필을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징비록은 이렇게 해서 태어났으리라.

 

 

 

이제는 하회마을. 어라 이렇게 큰 주차장이 있었던가? 어, 음식점들이 이렇게 나와 있다니...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표를 끊었는데... 차를 타고 가야 한단다. 셔틀 버스가 온다고. 예전엔 분명 그냥 걸어갔는데.. 바로 입구였는데...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많이 변했나?

 

셔틀을 타고 조금 가니 하회마을 입구가 나온다. 여기부턴 낯익다. 그래 이랬었어. 이게 하회마을이야. 정말 많이 변했네... 세계문화유산이 되어서 그런가.

 

하회마을의 건물들 하나하나 구경하고 나오는 길. 이제는 병산서원으로 간다. 다행히 하회마을은 4대강 사업의 여파를 받지 않았나 보다 안심하다.

 

병산서원... 처음 이곳에 들렀을 때 넋을 잃고 말았었다. 이렇게 좋은 곳에 이런 서원이 있다니... 기대없이, 울퉁불퉁한 길을 차로 갔을 때, 뭐 이런 곳에 볼만한 무엇이 있으려고 했다가 서원의 만대루에 올랐을 때 그 감격이란? 그 감동이란? 와 이곳이라면 정말 공부가 잘됐겠다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으니...

 

이번에도 그 감동은 그대로 였는데, 아쉬운 점은 만대루에 오를 수 없었다는 것. 아마도 사람들의 발길이 너무 힘들었나 보다. 만대루 너머로 환하게 펼쳐진 낙동강의 백사장,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들. 좋다. 여전히 좋구나. 게다가 들어가는 길이 아직도 비포장도로다. 이거 예전 정취를 불러일으켜 더 좋다.

 

정말 성공적인 여행이다. 이제는 안동시청을 가운데 두고 반대편이다. 도산서원 쪽으로 가자.

 

낮을 보내고 잠자리를 찾아가는 길이다. 도산서원이나 이육사 문학관이나 분명 관람시간이 지났을터. 먼저 잠자리를 잡고, 이곳들은 다음 날 들르기로 하다. 길을 가다 보니 안동군자마을이라고 나온다. 군자마을? 처음 듣는 곳인데, 하회마을에서 차를 마시며 주인장이 가르쳐준 곳이기도 하다. 좋다고 한다. 잠을 잘 수도 있고.

 

한옥들이 정말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예전 세도가들의 집들은 이렇구나. 이들은 이렇게 멋지게도 살았구나. 하지만 우리가 자기에는 좀...하여 계속 방향을 틀어 청량산 입구에서 1박.

 

다음날 되짚어 나오면서 안동 관람을 하기로 하다. 먼저 들른 곳은 농암 고택. 농암 이현보.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어부사'를 쓴 사람으로 알려진 그. 햐, 이런 곳에, 이런 집에서 살았구나.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멋있는 한옥들이 아직도 남아있다니.. 안동은 참 복받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는 이육사문학관을 향해 가는데, 여기 바로 전에 퇴계종택이 있다. 퇴계종택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다지 크지 않은 ㅁ자의 구조를 지닌 집. 좋다. 화려하지 않아서. 아직도 그 후손들이 살고 있어서 내당을 제외한 다른 곳을 볼 수밖에 없었지만, 퇴계의 향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이육사문학관은 현대식 건물인데... 그의 생가는 남아있지 않고, 생가터에 청포도 시비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무덤까지는 가보지 못하고, 무언가 아쉬움을 가지고 떠났는데... 육사가 퇴계의 14대손이라고 하니, 이제 목적지는 도산서원이다.

 

퇴계의 학문을 전수받던 곳. 퇴계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던 곳. 그곳은 언제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한 번 퇴계의 고결함을 느끼면서 도산서원을 나왔는데... 문득 든 생각.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이 서원 구경을 어떻게 하지? 계단도 높고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장애인은 이 학문의 전당을 구경하기도 힘들단 말인가? 어떻게 방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주로 판단을 한다고 하더니, 내가 다리가 불편해지니까 이런 점들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도산서원을 보고, 이천동석불을 보고, 이 석불은 산 중턱 쯤에 있을 줄 알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는데, 이런 길 가에서 그냥 보인다. 거대한 석불, 민중들의 소망을 들어주는 부처. 민중들의 소망이 담겨있으리라.

 

이 석불을 거쳐 봉정사에 도착. 의상과 관련이 있는 절. 우리나라 이름 있는 절들은 대부분 의상 아니면 원효와 관계가 되는데, 봉정사는 부석사와 연결이 되더군.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서 도를 닦는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목조건물이 있는 극락전을 보는 의미도 있고. 그런데 극락전을 색칠을 다시 해서인지 그리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대웅전이 세월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더욱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이 곳을 끝으로 곧장 올라오려고 했는데, 오는 길에 학봉종택에 들르게 되었으니, 이 여행에서는 정말 한옥을 많이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렇듯 안동은 유교와 불교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고, 또한 관람은 하지 못했지만 하회탈놀이라는 민속춤이 유명하기도 하다. 중간에 들렀던 하회탈박물관에는 우리나라 탈들뿐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기대보다도 더 좋았는데... 유교, 불교, 민속까지 함께 아우러진 곳, 꼬장꼬장한 양반가의 후손들이 살아서인지 전통 가옥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

 

눈이 호강한 여행이었다.

 

서애와 육사와 퇴계라는 정치가, 시인, 학자들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이기도 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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