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앞에 갔다.
동묘라고 하면 잘 모른다. 정식 이름이 동관왕묘다.
동쪽에 있는 관우를 모신 사당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가 왕으로 추대되고 우리나라에서 추앙받고 있었던 모습이 남아 있는 현실이다.
이 동묘가 유명하다기보다는 동묘를 끼고 길거리에 늘어선 풍물시장이 유명하다. 예전의 황학동 풍물시장과도 연결이 되는데... 황학동 풍물시장은 새로 마련된 신설동 풍물시장으로 대부분 옮겨갔다고 하고,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온갖 물건들이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책들도 마찬가지다. 헌책방들이 곳곳에 있다. 길거리에도 나와 있고, 건물 안에도 있다.
우연히 들르면 좋은 책, 품절된 책도 구할 수가 있다. 싼 값에.
골동들 사이에서 헌책을 보겠다고 들어선 순간, 눈에 띤 시집.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이게 웬일인가! 무조건 집어든다. 혹시 책에 쓰여 있는 가격보다 비싼 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드는데, 물어보니 아니다. 책에 쓰여 있는 정가는 2000원인데(1988년 재판) 주인은 1000원을 달란다.
두말않고 샀다. 기분이 좋다. 신경림 시집을 이런 데서 보다니... 이렇게 사다니...이제 이 판본은 헌책방 아니면 구할 수가 없다. 최근에 새로운 판본으로 책이 다시 나왔다.
사들고 읽기 시작한다. 아련하다. 이미 사라진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이토록 쉽게 시를 쓸 수 있음에도 왜 요즘 시는 어려울까 생각도 한다.
쉽고 마음에 와닿는 시. 그게 필요한 시대 아닐까.
헌 책방에서 구한 신경림 시집을 읽으며 사라지는 것들을 추억한다. 그리고 과거, 우리의 아팠던 현실들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