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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줄이고 농촌을 살려라 - 변산농부 윤구병과의 대화 ㅣ 이슈북 4
윤구병.손석춘 지음 / 알마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윤구병은 특이한 경력을 지닌 사람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면.
그는 철학교수였다가 그만두고 농부가 되었다. 변산공동체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고, 지금은 보리 출판사에서 출판일을 한다고 한다.
출판일은 그에게 낯설지는 않을터. 젊은 시절에도 출판사에 몸담은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직접 농사를 지었던 농사꾼으로서, 또 한 때는 철학자였던 사람으로서, 지금은 세상에 도움이 될 책을 펴내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지금 이 시대에 대해서 묻고 답을 듣는 일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여기에 손석춘이라는 언론인이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웬지 믿음이 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는 모양이 되는데... 에둘러 이야기하지 않고 똑바로 이야기해서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뜻이지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그래, 그런가? 아니지, 아닐 수도 있지. 이런 생각을 바로바로 하게 된다.
어쩌면 이야기의 시작이 '바르게 말하기(부르기)'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다. 우리말을 잃어가고 있는 현재 상태는 이미 옳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처음부터.
쉬운 우리말을 버리고 외국말을 버젓이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의미도 있지만, 제대로 된 말을 잃으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공자를 들어서 알려주고 있다. 공자도 역시 바르게 이름하기(正名)를 우선으로 했다고 하니...
이런 말의 문제에서 노동의 문제로 넘어가면, 우리나라는 지금 명목상으로는 8시간 노동을 한다고 한다. 주5일 8시간이면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주당 40시간을 일하는 직장은 많지 않다. 8시간 노동도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나라에서 윤구병은 6시간 노동을 주장한다.
어라? 6시간이라고? 이거...마음에 와닿는데... 경제학자 가운데 강수돌이 주장하는 일중독에서 벗어나기와 관련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6시간 노동을 하는 곳이 있냐고? 있다. 바로 윤구병이 대표로 있는 보리출판사. 이들은 이미 6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한다.
모두들 6시간 노동을 하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여유 시간이 생긴다. 그 여유 시간에 사람들은 여러가지 일들을 하게 된다. 사회가 풍요로와진다. 일을 많이 한다고 풍요로와 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인식의 전환.
이것은 게으른 삶을 찬양하는, 러셀이나 라파르그를 들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삶 자체가 여유로운 삶 아니었던가? 그러니 말을 '게으른' 삶이라고 하지 말고 '느린' 삶이라고, '여유로운' 삶이라고 하자. 그러면 6시간 노동은 우리에게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노동시간으로 다가오게 된다.
여기에 농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을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먹을거리를 기르는 일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무시한다. 이것은 사람들의 삶을 유지해 나가는데 걸림돌로 작용을 할 것이다.
그래서 윤구병은 젊은이들은 적어도 농촌생활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 같지만, 삶과 동떨어진 도시의 생활로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 먹물같은 소리만 하지 말고, 현실을 바르게 보고, 정말로 우리네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을 한다면 농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귀농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도 시골에는 빈집이 많고, 노는 땅이 많고, 황폐해져 가는 땅이 많다. 이런 땅들을 살려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가 산다고 그는 호소하고 있다.
요즘 가장 급진적인 주장은 우리네 삶은 우리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그런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윤구병 같은 농사꾼의 말이다.
그런 농사꾼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단지 귀담아 듣는 데서 끝내지 말고 실천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돌려말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 윤구병. 그의 말이 절절히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