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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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건축은 인문학이다"는 말이 더 마음에 꽂힌다. 인문학적 사유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또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여기에 "건축은 인문학"이라고 하니... 무엇이, 도대체 왜?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건축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변과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축은 삶을 통해 완성된다. 바로 삶을 통해 완성되기에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건축을 돌과 시멘트와 나무와 흙으로 무언가를 짓는 행위라고만 정의해서는 안되고, 건축에는 우리들의 삶이 녹아 있으며, 건축은 그 존재를 통해서 우리의 삶을 형성해간다. 그래서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인문학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인문학이 상실된 건축이 얼마나 흉물스럽게 다가오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우리나라 건축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만 현실을 지금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에 도시건축을 하는 행정가들이 인문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아니 그들이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니지 못했을지라도 오래 된 것들의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이렇듯 회색도시의 모습을 우리나라 도시들이 지니지는 않았으리라.

 

승효상이란 건축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비움의 건축이라고 한다. 비움이라? 이 비움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인 한옥에서 실현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좋은 건축이라고 일컬어지는 건축들은 바로 이 비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꽉꽉 채우려고 하는 이 시대에 이는 새겨들어야 할 말이기도 하다. 비움은 곧 채움을 의미하기에, 이 비움은 부족함이 아니다. 오히려 비움은 넉넉함이다. 이런 넉넉함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삶을 더욱 여유롭게 한다.

 

건축이 삶을 규정한다고 하고, 삶이 건축을 규정한다고 하면, 인간미 없이 빡빡하게 지어진 건축물들이 즐비한 도시의 삶에서는 넉넉함과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각박함만을 느낄 뿐이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나라 골목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고, 막개발을 개탄하고 있다.

 

이런 생각없는 건축을 막는 길은 모두가 건축에서 인문학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받거나, 또는 배우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을 외부에서 보지 말고, 내부에서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서 보기 시작한다면 건축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건축들이 오래 되어 시간이 흐른 다음에 아름다운 존재로 남게 노력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있는 건축들을 소개하고, 그 건축에서 느낀 감흥을 글로 펼쳐내고 있다. 글들도 좋고, 건축에 대한 생각을 읽는 것도 좋고, 그런 건축들의 사진을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보면서 건축에 대한 안목이 인문학적인 안목에 조금 더 다가갔다는 뿌듯함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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