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이야기"가 생각난다. 이청준이 쓴 짧은 소설.

 

오히려 이창동 감독이 만들고 전도연이 주연으로 출현한 영화 "밀양"이라고 해야 더 잘 알까? 이청준이 쓴 "벌레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든 영화인데.

 

용서의 문제를 다룬 소설과 영화.

 

범죄자가 피해자가 용서하기도 전에 자신을 용서해 버리는 상황.

 

이 때 피해자는 어떤 심정일까?

 

당한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용서를 해야 할 사람들은 용서를 하지 않고 있는데, 누군가가 용서를 해버리는 상황.

 

그런 기막힌 상황.

 

그 때 용서를 받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을까?

 

용서를 해야 할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지니게 될까?

 

대통령이란 자리가 이렇게 쉽게 용서를 할 수 있는 자리인가?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주었다고 사면을 할 수 있을까?

 

정작 사면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받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있고, 또한 사면이라는 용서를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이런 권력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용서라는 형식의 사면을 받아야 할까?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을까?

 

적어도 용서라는 건 피해자가 먼저 해야 하고, 그 다음에 자신이 자신의 행위를 처절하게 성찰한 다음에야 그제서야 용서를 받을 자격이 생길 뿐이고, 자기가 자기를 용서한다는 이야기는 이 다음에, 정말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치열한 반성과 성찰과 그리고 피해자의 용서 다음에야 비로소 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것일텐데...

 

소설인든 영화든 가해자가 자기보다 높은 존재를 등에 업고(좀 과격한 표현인가?) 자신을 용서해버리는 상황에서는 진정한 용서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과 그리고 또다른 피해만이 남을 뿐이다.

 

사면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용서의 문제, 생각이 난다. 이 놈의 사면 때문에...

 

정작 용서를 받을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 사면이라는 허위 속에 함께 포함되어 용서를 희석시키고 있고,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더 높은 존재에 의한 사면(용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지도 않고 용서받은 양 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남의 죄까지도 알아서 용서를 해주는 상황. 전능한 용서?

 

하여 갑자기 '벌레'가 되어버린 느낌. 아무런 힘도 없는, 위에서 조종당하는 느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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