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아침부터.
송이가 굵다.
함박눈이다.
함박눈이 내리면 날이 포근하다는데...
이 한겨울,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차가움을 보태지 말고
따뜻함을 보태는 눈.
지저분한 세상을 하얗게 하얗게 만들어주는 눈.
안도현의 시 중에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가 있다.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함박눈이 되자'는 내용의.
며칠 동안 마음이 우울했는데, 그래도 눈을 보니 - 그 뒷일은 우선 제쳐두고 -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조금 따뜻해진다.
윤동주 시집을 펼쳐본다.
부끄러움, 자기성찰의 시인이라는. 저항시인이기 전에.
그의 시는 맑다. 아름답다. 순수하다.
그러한 순수함,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눈을 잠시 맞고, 윤동주의 시 중에 "눈"이란 시를 읽는다.
아, 따뜻하다.
이런 '눈'이 되어야 하는데...
시인들의 감성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눈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책만드는집, 2012 초판 6쇄 41쪽 '눈'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