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차별 - 영화 속 인권 이야기
구본권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국가인권위가 한 일 중에 아마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간 일이 영화를 만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섯개의 시선"이라든지, "별별이야기"라든지 하는 영화들은 어느 정도 재미와 생각할거리 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다른 면에서 국가인권위가 퇴행했다는 소리를 듣고,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위원장과는 관계없이 국가인권위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해야할 일이 있고, 한 일이 있다. 없느니만 못한 인권위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될 인권위로 자리매김을 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이 책은 인권위가 주관하여 만든 영화에 나온 인권 상황에 대한 글이다. 영화로 보고 생각했던 것들을 책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서문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의 효용성이 10년이면 좋겠다. 나도. 10년이면 이 책에 나와 있는 차별의 모습이 사라지고, 더욱 정치한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도, 장애인이라고 차별을 받는 것도,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도 모두 과거엔 그랬었지 했으면 좋겠다. 다 과거의 일로 박물관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그런데... 슬프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이런 책이 아직도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며, 장애인들은 지금도 거리로 나서고 있으며, 여성은 여러 면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고, 이주민들은 불법체류자다, 위험한 인물이다라는 식으로 또, 우리나라보다 못 하는 나라에서 온, 우리가 구제해 준 사람들이라는 인식으로 차별을 받고 있으니...

 

여기에 인권사각지대 청소년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이런 표현을 쓰는 자체가 한심하다. 청소년들은 온전한 인간으로 아직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보호받아야 할, 자기 결정권이 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그렇게 대우를 받고 있으니... 인권 감수성이 사회 전반에 흘러넘치는 세상은 아직 우리에게는 요원하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 불편하다. 나는 인권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보면 글쎄라는 대답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니 말이다.

 

인권이 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하지만, 인권을 찾기 위해서는 반인권이 얼마나 우리에게 불편한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를 먼저 느껴야 한다. 그러한 불편함을 일상에서 느껴야 우리는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고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인권 감수성을 지닐 수 있겠는가? 결국 인권이란 어느 순간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끊임없이 찾아나서야 하는 존재, 끊임없이 교육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위에서 주관한 영화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권에 대한 영화들을 학교를 통해서, 또 다른 사회기관들을 통해서 상시 상영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영화는 그래도 덜 부담을 갖고 접근할 수 있으며, 또한 영화 매체라는 특성에 의해 더 높은 감염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를 본 다음, 이러한 책을 본다면 인권에 대한 자신의 감수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로 몇 년 뒤에는 이런 책들, 이런 영화들, 박물관에서나,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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