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사 3 - 혁명 1860~1920 유럽 문화사 3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유럽 문화사 3권의 제목은 혁명이다. 이 책이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으니 이 혁명을 정치적인 혁명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시대를 무 자르듯이 싹둑 자르지는 않지만 책에 있는 시대구분은 1880년에서 1920년까지다. 정치적으로도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난 때이기도 하긴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혁명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물론 정치와 문화의 관계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통신혁명으로 시작한다. 통신이 혁명적으로 발전함으로써 세계는 하나가 되어 간다. 며칠, 몇달씩 걸리더 일이 이제는 몇 시간만에 서로 연락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혁명이다. 여기에 라디오까지 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통신 혁명은 세계를 좁게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고 교류를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럽대륙과 미국이 함께 묶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할까.

 

하여 이 시대에는 소설도 국제화가 되고, 이러한 문학들이 세계를 막론하고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프랑스의 에밀 졸라가 양심적인 작가의 대표로 나오고, 또 세계적인 작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소설에서도 범죄, 아니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추리 소설이 자리를 잡으며, 과학소설이 등장하여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며, 이제는 대중소설들이 등장하여 문화의 대중화가 이루어진다. 

 

언론 또한 이제는 특정 집단을 벗어나서 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를 잡으며, 이와 더불어 음악 분야에서도 축음기의 발명으로 인한 녹음기술의 발달로 가수들이 유명해지고, 이들의 노래를 녹음하는 일이 유행하게 되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노래의 녹음이 오히려 공연을 더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 여기에 드디어 영화가 나온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는 1890년대에 등장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는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중심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아주 오래 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영화는 이제 겨우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기술의 발달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영화라고 할 수 있으니...

 

영화의 중심국이었던 프랑스가 미국에게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모습도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문화의 중심이 한 곳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우리도 문화의 수입국에서 문화의 수출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기울어져가는 국운, 그리고 곧 닥칠 국권의 상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 때는 우리의 문화에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때가 아니었던가. 비록 우리는 국권상실이라는 비극을 겪어 정상적인 문화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봐야 하지만 말이다.

 

읽으면서 자꾸 우리나라의 그 때와 겹쳐진다. 이들이 이렇게 문화를 만들어갈 때와 우리가 제대로 된 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일본에 종속되던 때...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문화의 중심은 항상 변한다는 사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깨닫게 해준다.

 

방대한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갈수록 우리와 친숙한 내용들이 나온다. 이제는 어느 정도 우리와 동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해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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