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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 반대한다 ㅣ 이후 오퍼스 7
수잔 손택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1. 손택은 손택이다. 이 말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다르게 말한 말이라고 보면 된다. 동어반복인 말인데, 단순히 동어반복이라고 하기 힘들다. 손택의 이 책에서 한 말대로 하면 '문학은 문학이다'가 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을 손택이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의 제목이 "해석에 반대한다"이기 때문이다.
2. "해석"이란 대상을 대상 자체로 보기보다는 대상을 부분으로 해체해서 본다고 할 수 있다. 즉 문학에서 해석이란 바로 문학을 문학으로 보지 않고, 문학을 문학을 구성하는 어떤 요소들로 나눈다음 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방법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3. 이러한 방법으로 문학을 바라보면 문학을 문학자체로 이해하기 보다는 어떤 "사상"으로 보게 된다. 즉 문학을 내용으로 보게 되고, 그 내용의 적실성, 진실성, 또는 현실성 등을 따지게 된다. 이럴 때 문학은 문학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떠한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을 지닌 존재, 즉 내용을 실어나르는 도구에 불과하게 된다.
4. 해석을 중심으로 문학을 보게 되면 검열이 작동하게 된다. 이는 문학을 내용과 형식으로 분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내용은 외설적이라든지, 폭력적이라든지, 반국가적이라든지, 비도덕적이라든지 하는 딱지를 붙이게 된다. 문학이 문학이 되지 않고 어떤 사상의 도구가 되어 버린다. 손택은 이를 반대한다.
5. 하여 이 책의 첫 부분이 바로 제목과 같은 '해석에 반대한다'다. 그리고 다음은 바로 '스타일에 대하여'이다. 손택은 문학은 문학으로 보아야지, 내용과 형식으로 나눠 문학을 보면 안된다고 한다.
6. 이는 문학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문학 작품 내용에 빠져 등장인물에 몰입되어 그 인물과 같이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은 문학을 문학으로 감상하지 못하고 그 내용에만 빠져들었다는 얘기다. 우리가 문학을 문학으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문학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작품이 바로 "문학"이라고 인식하고 읽기 때문이다.
7. 브레히트를 손택이 극찬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그의 주장과 통한다고 본다. 내가 알고 있는 브레히트는 연극에서 관객들이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연극을 감상하면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를 우리나라에선 한 때 '소격효과'라고 번역을 했었는데...
8. 내용과 형식이 하나로 완결된 존재로 문학을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문학에서 '검열'이란 불필요한 일이 된다. '검열'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문학을 문학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마도 문학을 검열하고자 하는 사람들, 손택의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9.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작품, 평론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연극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영성(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캠프'에 대한 이야기와 두 문화(과학, 인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캠프'에 대한 개념은 잘 잡히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감수성을 시도하는 그러한 예술이라는 느낌이 들고.. 두 문화에서도 조잡한 두 문화이론을 비판하고 있다. 문화란 두 개, 세 개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것임을...
10.. 손택.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다방면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친 사람이다. 적어도 문화라는 것이 소설이나 시, 또는 연극, 음악, 영화 등등 따로따로 존재하지는 않으니, 이러한 분야들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 자신의 글을 통해 보여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러한 점들이 나로 하여금 손택의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