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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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신(修身)

모른다. 사실 얼마나 자기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자신도 모를 수도 있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옛사람들은 수신(修身)을 첫 덕목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얼마나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모른다. 그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가 대통령선거에 나오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그는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람들은 그가 기업을 사적 이윤을 위해서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또 대학교수가 되었어도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사회에서 신망을 얻고 있었다.

 

이런 신망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또 강요될 수도 없다.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삶이 사람들에게 진실로 다가올 때 신망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신망 속에서 권위가 싹트게 된다.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었을 때 신망이 싹틀테니, 지금껏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왔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는 말한다.

"진로를 결정할 때 저는 항상 세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28쪽)

"저는 지금까지 인생의 큰 전환기마다 '내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30쪽)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32쪽)

"저는 말이나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선택과 행동이라고 봅니다."(35쪽)

 

2. 제가(齊家)

자신의 몸을 닦은 다음에는 가정을 다스려야 한다. 가정이 화목해야 한다. 자신의 가정에서조차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리고 가정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는 수신에 성공했다고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건 완전 가부장적 발언 같다. 아니면 가정이 해체된 집들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그러나 가정을 다스린다는 말을 가정을 꼭 남들과 같은 형태로 유지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정을 다스린다는 얘기는, 적어도 가정의 구성원이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가족 구성원 때문에 고초를 겪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한 사람 때문에 가족이 고초를 겪은 일은 여기서 제외한다. 그것은 우리가 권장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가족 구성원들을 힘들게 한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이들 때문에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

 

지금까지 안철수의 가족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가끔 문제를 삼는 언론이 있었는데, 그후 지속되지 않고 있으니, 그냥 문제제기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앞으로 치밀하게 이 쪽 부분에서 문제제기가 나오리라.

 

이 책을 통해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사실, 할 필요도 없고. 다만 지금까지는 가족 때문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단 얘기는 듣지 못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또 많은 언론들이 가족들의 문제를 캐고 들테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진실을 가릴 줄 아는 눈을 지니는 일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니 말이다.

 

3. 치국(治國)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나라로. 이들을 순차적으로 보아도 좋고,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좋다. 사실 이를 순차적으로 하나하나의 단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순차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적이기도 한 일이다.

 

이제 안철수는 치국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가 며칠 전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고 선언을 했다.

 

이 선언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안철수는 의사이자 백신개발자, 또 안철수 연수소 경영자, 그리고 대학교수였기에, 그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판에 뛰어든 일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나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 생각이 이 책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은 우리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정말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상식이 바로 안철수의 생각이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런 상식이 아직까지 상식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다. 그것이 그가 대선에 후보로 나서게 된 배경이기도 하리라.

 

그렇담 이런 상식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 그가 말하지 않았는가. 말이 중요하지 않고 선택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에 따라서 그가 이 책에서 한 말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올 것인지 아니면 한낱 수사에 불과할지 판가름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구상을 정책으로 구체화해나갈 것인지 지켜보면 된다. 이 책을 중심으로 이 책의 상식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지켜보는 일. 이것은 이번 대선을 지켜보는 우리들이 의무이자 권리일 터이다.

 

4. 평천하(平天下)

여기까지 가진 않으리라. 이는 세계화가 된 지금도, 하루면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지구화, 세계화의 시대에도 이런 꿈은 좀 허황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관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자그마한 힘을 보태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5.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아렌트는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은 사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말이었다고.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그래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걸 용기라고.

 

백척이나 되는 꼭대기에서도 과감하게 한 발을 내디딛는 일,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안철수가 이 일을 했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중도에 그만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가 이미 한 발을 내디딘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전존재를 건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사적 영역에서 충분히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고 살 수 있는 존재에서 그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정치판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옛날, 자신이 공부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정치계로 뛰어든 선비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선비들 중에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뜻을 펼친 사람도 있고, 좌절한 사람도 있는데... 안철수는 어떤 길을 밟을지...

 

그가 한 말이 그의 앞으로의 정치역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타입인 거죠. ... 저 역시 기성 정치권의 나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비록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긴 기간 동안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39쪽)

 

"제 인생에서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 그저 크로마뇽인의 벽화처럼, 누구인지도 잘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좋은 제도, 좋은 책, 바람직한 조직 등을 통해 세상에 흔적이 남기를 바랍니다." (257쪽)

 

덧말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안철수 생각은 우리 사회의 상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좀 동의하기가 어렵다. 국책사업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 4개 정부에서 하나같이 추진했기에 타당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모든 정부가 같이 추진한다고 옳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인데, 예를 들면 새만금은 노태우 정부 때 시작하여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물막이가 완공(?)이 되었는데, 이게 과연 옳은가?

 

"또 만약 옳지 않다면 그 정부에 참여했던 분들이 당시 판단에 거짓이나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설명하고 반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겠지요."(220쪽)란 말은 참여정부 때 찬성했던 사람들이 강정마을에 대해 반대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안철수는 아직 정치인의 물이 덜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부분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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