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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김선우.전석순.이은선 지음, 나미나 그림 / 단비 / 2012년 8월
평점 :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지고 있으니... 도대체... 사람은 사람으로서 고난을 겪고, 자연은 자연으로서 고난을 겪고, 그 자연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연과 함께 고난을 겪고 있는 상황.
내내 살아온 터전, 단지 육체적인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돈이라는 괴물에 속하지도 않고, 자신과 그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자연이다. 그러한 자연은 우리에게 타자로 존재하지 않고 바로 우리 자신이 된다. 우리 자신이 된 자연을 남인양, 개발해야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회는 야만이다.
제주도 하면 바람, 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이번 태풍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람이 많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리고 돌, 돌, 어디를 가도 보이는 돌, 돌들, 그 돌들을 이용한 돌담들. 집과 밭의 경계이기도 하고, 밭과 길의 경계를 알려주기도 하는 돌들. 그리고 여자, 여자들.
제주도에 여자가 많다는 말은 슬픈 역사를 생각나게 하는데... 남자들이 배를 타고 멀리 나가서 일을 하면서 실종이 되기도 하고, 죽음을 당하기도 하는 그러한 일들 말고도 제주도에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던가. 그 비극이 있었던가.
그래서 자연스레 여자가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 4.3에 대해 사죄하고,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를 했다. 이제는 과거의 비극을 잊고 새로운 평화시대를 여는데 주역이 되자고...
또한 제주도는 세계 자연 유산에도 속하고, 또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 세계 7대 자연경관에도 들었으며, 올해는 세계자연보존총회도 개최하였다.
그만큼 제주도는 생명, 평화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 제주도, 그것도 아름다운 해안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단다. 강정마을에.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고. 평화의 섬이라고 해놓고, 우리에게 그다지 필요도 없는 해군기지를 강행하고 있다. 자연유산을 파괴하면서 인간이 만든 가장 반(反)자연적인 군사기지를 만든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도저 정부는 그냥 밀어붙이고만 있으니...
강정마을에 있는 구럼비 바위에 폭약을 넣고 폭파시키고 있으며, 그곳을 시멘트로 메꾸고 있다고 하니.. 어떻게 제주가 평화의 섬, 자연의 섬이 될 수 있단 말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을 저지르면서 책임은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지운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반대하는지 생각지도 않은채.
그들에게 구럼비란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그들의 삶, 그들 조상의 삶, 바로 그들의 역사가 오롯이 녹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바위로 존재하지 않고 온갖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증인이 필요하다. 증언이 필요하다. 증언이 사진의 형태로든, 다큐의 형태로든 영원히 오늘의 이 만행에 대해서 알려주어야하겠지만, 더 오래 사람들에게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작가들이 나섰다. 공동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구럼비에 어울리는 행동이냐.
소설로 남기면 두고두고 읽히면서 바로 오늘을, 야만의 오늘을 증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해군을 꿈꾸던 아이가 해군에 의해 어떻게 배신을 당하는지, 진정 자신이 지키고 싶은 존재를 지키려면 군인이 아닌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소설을 썼다.
따라서 이 소설은 구럼비에 대한 증언이 된다. 우리에게 잊지 말라고... 공지영이 쌍용차 노동자를 잊지 말자고 "의자놀이"를 썼듯, 김원일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잊지 말자고 "푸른혼"을 썼듯, 김선우, 전석순, 이은선 작가는 이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를 썼다. 그리고 나미나 작가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의 영원한 증언으로 말이다.
이 증언이 구럼비를 망가뜨린 사람들을 영원히 부끄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를 정신차리게 할 것이다.
혹, 구럼비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소설 속의 구럼비는 영원히 남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