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 - 한국 언론의 보도 관행과 저널리즘의 위기
박창섭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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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제 4부라고도 한다. 그만큼 정치와 밀접히 관련이 있는 집단이다.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언론이라는 4부가 제 구실을 해야지만 민주주의가 잘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4부가 잘 이루어질까? 우리나라 행정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입법을 관장하고 있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지, 그리고 사법부는 올해 대법관 임명 청문회로 인해 홍역을 치르지 않았던가. 

 

여기에 언론은 자유로운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자. 과연 언론은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 언론인들은 지식인으로서, 또 언론인으로서 자신들의 책임을 인식하고 책임있는 보도를 하려고 하고 있는가?

 

사람들이 신문을 안 본 지, 뉴스를 멀리한 지 오래되었다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는가?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언론에 "야마"라는 게 있단다. 처음 듣는 말이다. 하긴 이는 언론인들끼리 은어처럼 사용하는 말이라고 하니, 그리고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말이니, 언론인과 접촉이 없는 내가 이 말을 들었을 리가 없다. 내가 아는 야마는 기껏해야 일본어로 '산'이거나 우리가 비속어로 쓰는 '야마가 돈다'는 말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야마'란 말이 언론에서는 너무도 광범위하게, 그러나 중요하게 쓰이고 있단다. 이 '야마'가 없으면 기사가 되지 않는단다. 도대체 '야마'가 뭘까? 딱부러지게 사전식으로 정리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도 기자 생활을 16년 했고, 저널리즘을 공부했으며, "야마"를 가지고 책을 썼음에도 '야마'란 말을 무엇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이 '야마'란 말은 보도의 내용과 관점, 의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66쪽), 내용 야마, 관점 야마, 의도 야마(67쪽)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즉 기사에 깔려 있는 내용과 그 내용을 선정하게 된 관점, 그리고 그 기사를 내보낸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쉽게 '틀'이라는 말로도 할 수 있는데, 이 틀보다는 더 정교하게 기사를 규정하는 존재가 '야마'라고 할 수 있다.

 

'야마'에 대한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각 신문사마다 어떻게 이런 야마가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실, 야마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지며, 의도가 달라지기에 내용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러므로 같은 사안이라도 기자가 취급하는 취재원부터, 사실들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야마의 구현 방식을 살피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두 가지 사안을 예로 들어서 각 신문사의 야마를 파악하고 있다.

 

두 개의 사안 중 하나는 미디어법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상급식안이다. 이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중립적인 성향의 한국일보를 대상으로 어떻게 기사화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를 읽다보면 같은 사안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어떤 신문을 보는지에 따라서 내 관점도 알게 모르게 조정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사실 정보화시대라고 하지만,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여러 언론에서 정보를 얻는 사람은 이 책에서도 나와 있지만 13%정도라고 하고(305쪽) 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가지 매체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얘기가 된다. 나역시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즉 그 신문사의 "야마"에 따라 자신의 관점이 고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점을 깨닫게 해준 점이 이 책이 지닌 장점이다.

 

언론의 사명을 '진실'과 '공정'이라고 한다는데, 우리가 진실과 공정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읽는 독자인 우리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독자들이 깨어있어야 언론들이 진실과 공정 보도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역으로 깨달았다고나 할까.

 

이책의 말을 받아 정리하면 이렇다, '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살아야 정치가 산다. 정치가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 민주주의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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