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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처럼 - 보고, 배우고, 삶을 디자인하라
오하시 가나.오하시 유타로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2년 5월
평점 :
몇 해 전부터 핀란드를 배우자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학력도 복지도 매우 잘되어 있어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계속 주지시키고 있다.
이제는 교육 분야나 복지 분야에서 핀란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번역이 되어 있기에, 북유럽 저 끝에 있는 나라가 마치 우리나라 근처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핀란드다. 핀란드라는 말을 들으면 이번에는 또 뭐가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인다.
아직도 배워야 한다고, 그러나 그 배움은 부러움만 지니는 배움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배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소한 배울 수 있을 만한 것들은 모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평생교육이라는 말을 우리도 사용한다. 그런데 교육이라는 말이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리라. 이는 위에서 아래로 무언가를 준다는, 배우는 사람이 수동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교육이라는 말보다는 배움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려고 하는데...
이 교육이라는 말을 중심에 놓고 있을 때는 스승이 없다고 한탄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것이 잘못된 태도라는 생각을 요즘에 하고 있다. 스승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자신이 과연 제자가 되려고 노력해 봤냐고 반문해봐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배움의 자세에 대해서 성찰해 보라고, 그래야 배울 수 있다고 요즘은 생각을 바꿔가고 있는데...
이처럼 우리는 핀란드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세상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스승이 아니던가.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주변을 살피는 순간, 모든 존재가 스승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핀란드의 공식적인 학교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학교제도는 배움이라기보다는 아직도 교육에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반면에 학교 교육과 나란히 갈 수 있는 사회를 통한 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 자연학교, 도서관, 방송국과 각종 시민단체들을 통해서 배우고자 할 때 주변에서 쉽게 배울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자기들의 자리만 지키고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청소년들을, 어른들을 찾아가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하여 도처에서 언제든지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배움은 단지 지식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삶을 바꾸는,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배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듯 배움이 언제든, 어디서든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를 디자인하고 있는 나라가 핀란드라고 한다. 돈이 없어서, 지역이 낙후되어서, 이주민이어서 배움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이러한 배움의 제도를 디자인하고 있는 나라.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씁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시골에 학생이 별로 없다고 학교를 폐교시키고, 먼 거리를 통학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적고, 자연과 늘 접할 수 있고, 또 지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학교를 단지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이는 학교를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들고서 폐쇄시키는 교육정책은 배움의 정책과는 반대이지 않나 싶어서이다.
박물관, 미술관, 방송국, 도서관 등등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배움의 장소가 주로 어디에 있나를 살펴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지 않나 하고, 이 때문에 대학입시에서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이 지역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것이 악용되고 있는 현실이니... 오히려 배움에서 더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경제나 정치적 요소만으로 결정이 되어선 안된다. 여기에 교육보다는 배움을 중심에 놓는다면 경제나 정치적 요인은 우선 배제하고, 한 사람이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갈 수 있게,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도록 사회를 디자인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 교육정책을 펴겠다는 사람은, 또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디자인하겠다는 사람은 그러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해서, 취업을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배울 수 있는 공간들, 그러한 장소들을 디자인한 사회에서는 건강한 정신들이, 사람과 사람들이 어울리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고, 사람과 자연과 건축물들이 어울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배움이 언제든, 어디서든 이루어지고, 그것이 자신의 삶과 연결이 되는 그러한 사회를 디자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핀란드에서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이유다. 우리가 배움의 자세를 지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