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자유다 - 수전 손택의 작가적 양심을 담은 유고 평론집
수잔 손택 지음, 홍한별 옮김 / 이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수전 손택의 유고작품집이라고 할 만한 책이다. 그가 세상을 뜬 뒤, 그의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기에 주제가 일관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역자 후기에 나오듯이 오히려 손택의 모든 것을 하나의 책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문학에 대한 비평이 1부에, 사회에 대한 발언이 2부에, 그리고 각종 연설이 3부에 실려 있다. 손택의 다양한 삶만큼이나 다양한 글들이 한 책에 묶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다양성이 저마다 문을 닫고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양성이 어떤 일관성으로 묶여 있다.

 

사람이 다양한 삶을 살지만 그를 누구라고 지칭할 수 있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 책들은 문학비평이든, 사회비평이든, 연설이든 손택의 삶을 지탱해주는 요소, 즉 진실을 추구하는 그의 삶의 태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1부에 "정의가 요구하는 바를 인식하는 것보다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더 큰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편이 쉬운 것이다. 특히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제공하는 집단의 가치와 충돌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113쪽)는 말처럼, 우리도 지금 진실을 가려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가치를 삶의 가치로 삼은 손택은 어떤 분야에서든 이러한 진실을 추구한다. 그래서 진실을 추구하는 행위는 당장의 성공을 거둘 수는 없을지라도, 이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한 행동은 "연대의 몸짓으로서 저항하는 것입니다. 원칙 있는 사람들,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이곳에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 현재에 그리고 미래에."(251쪽)라고 하여 인간의 공동체에서 그 옳음은 사라지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학은 세계가 어떤 곳인지를 말해 줄 수 있고", "언어, 서사를 가지고 형상화된 기준을 제공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할 수 있으며", "우리가 아닌, 우리의 것이 아닌 사람들을 우해 슬퍼할 능력을 길러 준다"(269쪽)고 한다. 결국 손택에게 아니, 우리에게도 "문학은 더 큰 삶, 다시 말해 자유의 영역에 들어가게 해주는 여권"(274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손택의 이 책은 단지 문학이 어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문학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세상을 깊이 있게 보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삶, 그러한 삶이 진정 옳은 삶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손택의 모습이 이 책에서 절절히 묻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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