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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평점 :
제목이 참 선정적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한 번쯤은 호기심에 보게 만든다. 내용은 선정성보다는 과학기술의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 기술들의 원천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이 전쟁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것이 포르노와 그리고 햄버거로 통칭되는 패스트푸드와는 관련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전쟁을 통해서 발달한 과학기술이 상업화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하는데, 이 대중화를 가장 잘 실현해준 것이 바로 포르노라는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호소하는 포르노 사업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하게 한다. 이러한 소비를 유도하는데 포르노는 지대한 공헌을 하고, 이런 포르노로 인해 더 간단하고 더 저렴한 기술적 성과들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대형 패스트푸드 점도 자신들의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 과학기술을 이용한다고 한다. 패스트푸드라는 것이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게 하는 음식이라고 한다면 맛은 유지하면서 더 빨리 소비자에게 갖다줄 기술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이러한 패스트푸드업체는 현대의 과학기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이용으로 인해서 과학기술은 더욱 발전하게 된다.
포르노나 패스트푸드보다는 전쟁이 과학기술의 근본적인 원천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이러한 과학기술들이 무기와 관련이 되기 때문이고, 또한 과학자들이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을 하며, 당장의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절박함 없이 또한 정부에서 많은 연구비를 받으며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과학기술들이 전쟁과 관련이 된다.
전쟁이 끝났을 때 이 기술들의 쓰임을 상업적 목적으로 전용하고, 사업적 이유 때문에 더 간단하고 더 편리하고 더 싼 기술들을 개발하게 되는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900년대 이후의 기술은 거의 다 전쟁과 관련이 있음을, 그리고 이들이 폭발적으로 사용되는 데는 포르노와 패스트푸드가 있음을 알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전쟁에 관련된 무기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연구도 계속 되고 있을테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이제는 로봇에 대한 연구로 넘어갔다고 하는데, 이런 과학기술이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기술을 중립적인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고 판단이 되지만, 과학기술이 과연 중립적일까 하는 생각을 우리는 해야 한다. 인류를 위해 살상무기로 쓰이던 것이 인류를 구원하는 기술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인류를 파멸시킬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과학기술의 발달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겠지만, 이 흐름이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과학시술 시대에 책임의 원칙을 이야기했던 한스 요나스처럼, 또는 유전자 변형 식품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우리는 과학기술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고민을 정립해가는데,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지금 우리에게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알려주는 이 책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