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거나, 자세히 볼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다.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삶이 삭막해지고 있다. 나 이외의 다른 것들에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문득, 내 삶이 너무 삭막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정록의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내 주변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단지 내 삶의 주변이 아니라, 내 삶이라는 사실을 이 시집은 알려주고 있다. 작고 하찮은 것들이라고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도 시인은 관심을 주고 있다. 그것들을 자신으로 받아들일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가 되리라. 그래서 시인은 자기와 사물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리라. 마음이 팍팍해졌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난 山門이고 싶다
난 요즘 散文이다
散文이라서 장황하다
남이 없다
오직 내 얘기만 길―게
늘어놓고 있다
散文이라서 흩어진다 여기저기로
나로 집중하지 못 하고
수다스러워진다
山門이라면
더 많이 조용하고
더 많이 포용하고
더 많이 기다리고
더 많이 이해할텐데
山門!
그윽한 향기가
나를 감싼다
山門은 배척하지 않는다
山門은 재단하지 않는다
山門은 오라지도, 가라지도 않는다
오직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散文의 수다는 공허(空虛)한데
山門의 침묵은 공명(共鳴)이다
난 山門이고 싶다
詩가 되고 싶다
산문(散文)으로 장황해지지 않고, 산 속에 있는 문처럼 그윽하게 존재하고 싶단 욕구. 이를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이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바로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다시 바라본다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시집에서는 물론 "의자"란 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시집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잘 알려진 의자란 시 말로, "더딘 사랑"이란 시도 마음에 머문다.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의자, 문학과 지성사, 2012년 초판 7쇄 67쪽 더딘 사랑 전문
내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이 시의 앞부분에 있는가, 아니면 뒷부분에 있는가.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순간이라고 나를 합리화해야 하는가, 아니다. 단 한 번의 윙크도 한 달이 걸린다는 이 달처럼, 내 삶은 길고 긴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나를 보고, 남도 보고, 내 주변에도 관심을 가지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