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이게 도대체 뭔가. 역사는 반복하면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이 된다고 한 사람도 있는데...

 

처절하게 자신이 모든 것을 걸고 세상과 맞서는 비극과는 달리 이제는 끝나버린 것들을 잡고 아등바등 힘쓰는 모습은 그야말로 웃기는 모습이 되고 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탁한 시대, 그 시대에 힘을 주는 시들. 어쩌면 희망이 있음을 노래하는 시들. 그 시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얻는 일.

 

1942년에서 2012년 2월.

 

시인 이성부가 살았던 시대.

 

"야간산행"이라는 시집이 집에 있어 다시 한 번 펼쳐봤다. 민중시를 주로 썼던 그가 어느 순간 "산"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했고, 그런 시들을 모아 놓은 시집이다.

 

너무도 외로워서 산에 미쳐있었다고 했다. 그는 후기에서 산을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 외로움에 빠져 허우적대기만 해서는 안된다. 그 외로움을 또다른 희망으로 바꾸어가야 한다. 그게 시인의 몫 아니겠는가.

 

그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시집의 표지글을 조태일 시인이 썼다

 

는 시집의 설명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조태일 시인도 역시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사람 아니던가. 그는 우리의 "국토"를 통해 우리에게 힘을 주려고 했던 시인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이성부의 "야간산행"에서 산을 통해, 바위를 통해 어떠 힘을, 희망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바위타기2란 시를 보자.

 

외딴길이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무서우면서도 싱싱한 길이다

우리가 원시성을 그리워하거나

그 내음에 나를 온통 담그고 싶어지는

까닭을 오늘에사 알겠다

지난날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임을

깨닫는 이 놀라움!

비로소 완전한 자유가 나를 가로막는다

이 자유는 너무도 무서워서 조심스럽고

이 자유는 또한 너무 풋풋해서

내 가슴 크게 벅차오른다

외딴 바윗길에는 내려다볼 수로 부인도

꺾어 바칠 꽃 한 송이도 없다

저절로 비워버린 다음에라야

더 크고 넉넉한 것 담을 수 있느니

바람과 바위

그 살결과 입술에 나를 맡기고

나는 천천히 나를 밀어올려야 한다

 

이성부, 야간산행, 창비 34쪽 바위타기2 전문

 

이 시에서처럼 지금 우리에겐 '무서우면서도 싱싱한 길'이 놓여 있고, 우리는 이 길로 가는 일이 '지난날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임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욕심들을 '저절로 비워버려'야 하며, 결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나를 밀어올려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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