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문학사회학이라고 하나, 문학은 사회를 반영한다는 이론이. 문학 속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는 그 이론을 통해 우리는 문학이 사회에 개입하고,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생각했으며, 그러한 문학을 통해서 위안을 얻기도 했다.

 

변혁기에는 그래서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특히 더 민감했고, 사회의 문제에서 멀어지려는 문학을 자기만족에만 빠진 문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80년대에는. 그러나 90년대 이후로 문학의 사회적 참여보다는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표현하는 문학이 점점 대세가 되어 갔고, 그 이후 문학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학은 사회와는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거리를 두었다고 문학의 사회적 역할이 없어지지는 않았으니,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여러 작가들이 "강은 오늘 불면이다"는 작품집을 내어 4대강 사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듯 문학 작품 속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잘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서울로 국한시켜서 문학과 서울의 관계를 살피고, 서울의 전체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이 책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을 한다. 왜냐하면 일제시대는 서울이라고 하기보다는 경성이라고 해야 맞을테고, 1945년부터 1950년대까지는 서울을 만들어가는 시기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문학 속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이 장소로서 등장하는 것은 1960년대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게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그러한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서울의 모습을 문학을 통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데서 이 책은 빛난다. 눈에 확 띠는 고층건물, 잘 갖추어진 문화시설, 기타 다른 화려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학이 아마도 이들을 이야기했다면 그 문학은 통속문학, 대중문학이라고 폄하되었을 터이다.

 

물론 그런 화려한 세계도 다루어야 한다. 다만, 화려함을 화려함만으로 보여주지 않고, 그 화려함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문학이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문학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바로 우리의 서울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끄럽다고 감추고 마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그것도 우리 모습이라고, 우리의 서울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의 발간년도가 2007년이라서 그 뒤의 서울 모습을 다룬 작품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얼마나 많은 난개발이 그동안 이루어졌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는지, 이는 그 다음 편에서 이야기를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간송미술관을 갔었다. 간송 미술관을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르게 된 최순우 옛집. 아담한 한옥이 마음에 와 닿았다. 와, 이런 집이 아직 없어지지 않고 있구나. 북촌에서 보는 한옥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것도 안을 개방하고 있는 이 집이,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졌다는 사실이,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처럼 모두 집을 잃고 떠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발은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남아있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가 깨달았다는 사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로 유명한 최순우의 집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대대로 살아왔던 아름다운 공간, 아름다운 장소였던 한옥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문화적인 힘을 아직 잃지 않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고나 할까.

 

이 책에 나온 많은 문학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문학을 통해서라도 어떤 안도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모습이 지금은 과거를 거의 생각하지 못 하게 하지만,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꾸준히 서울의 모습을, 그 다양한 모습을(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등등) 만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작업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이 주를 통해서 출처가 밝혀져 있긴 하지만, 그 주를 하나하나 찾기는 쉽지 않다. 아니 찾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 작품들의 서지목록을 맨 뒤에 정리해서 실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후속 작업이 계속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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