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역사를 만나다 -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무슨 시대일까?

 

이 세상이 과연 철학의 시대였던 적이 있었던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제자백가 시대가 있지 않았냐, 서양에서도 칸트, 헤겔 등이 살았던 시대를 철학의 시대라고, 아니 그리스 시대를 철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철학의 시대가 있었음은 그 시대가 격변의 시대였음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격변의 시대에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추구하는 학문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런 학문이 사람들에게 길을 인도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학문을 우리는 철학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처럼 철학과 역사의 만남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역사와 만나지 않는 철학은 철학이 아니라 공허한 상상, 환상에 불과하리라.

 

그래서 철학은 현실에 대한 응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응전이 시대성을 획득하면 역사성까지도 획득해서 지금까지 살아남게 된다.

 

그러면 과연 지금은 무슨 시대일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은 무엇일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묻지 않는다면 철학에 대한 공부, 또는 철학 공부는 필요없게 된다.

 

오로지 자본이 판치는 사회, 그 자본으로 인해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시대, 승자독식의 시대, 실명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철학을 지녀야 할까. 아니 우리에게 앞길을 제시해 주는 철학이 무엇일까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을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도 있듯이,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현재를 파악하는 일이고 미래를 인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과거에는 역사만이 아니다. 바로 그 시대의 철학도 담겨 있다. 철학이 시대 정신이라면, 철학에는 그 시대의 모습과 그 시대를 헤쳐나가려는 노력이 온전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 그 순간을 함께 했던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철학은 역사와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부제도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이니 말이다.

 

총 16개의 철학 장면이 나온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던 아테네부터.

 

사실, 이 책은 이런 아테네를 다루지 않고 스파르타를 다룬다. 지금의 개발독재와 비슷하다고, 그리고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이렇게 이 책은 과거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끊임없이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격동의 세계사 장면 장면에서 철학이 한 역할을, 그리고 그 철학의 의미를 쉽게 정리해서 전달해 주고 있다. 아마도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또는 책을 읽으면서 들어보았음직한 철학자들,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공자, 노자, 헤겔, 마르크스, 니체, 비트겐슈타인 등에 대해, 그들의 철학 세계에 대한 자세한 주석보다는, 그 시대의 모습, 그 시대에서 요구하였던 사상, 철학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철학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장점이 철학자와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식을 할 수 있지만, 정작 그 철학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처음 철학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테니 철학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나, 청소년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

 

덧글

 

147쪽 로크를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에서 '빈 서판' 이론을 이야기할 때, 사소하지만 중요한 용어 실수(사실은 조판 실수겠지만), 빈 서판(tabla rosa)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빈 서판(tabla rasa)라고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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