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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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진실을 말한다?

 

과연 그런가? 아니라고 하기엔, 사진은 사물이나 사람, 풍경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 낸다는 사실이 맘에 걸린다. 그런데, 조작이라면.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그건 진실일까?

 

달에 착륙한 사람들이 미국의 성조기를 들고 있는 사진. 조작이다, 아니다 말이 많았었다. 왜 달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데, 깃발이 펄럭일 수가 없는데, 펄럭이는 사진이니 말이다. 자신을 잘 찍기 위해서 깃발이 펴지게 하고 찍었다는 해명이 있었는데, 이 사진으로 인해, 달에 착륙한 사실이 거짓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브레히트의 시집 중에 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진과 글이 실린 시집이 있었고, 우리가 사진을 통해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게 하기도 했었다.

 

손택의 이 책 역시 사진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타인의 고통이라는 제목보다는 사진 속에 나타난 인간의 고통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간이 겪는 고통스런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사진부터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직접 촬영한 사진까지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사진들에 나타난 고통의 모습에 있다.

 

사진을 보고 우리는 과연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 그 고통을 없애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가?

 

사진은 고통스러운 장면을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충격적으로 제공해주고 있고, 그러한 장면을 통해 우리의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러한 타인의 고통을 대상화하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만드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사진에 나오는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잘 파악해보라고 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장면은 유럽인이 아닌(유럽인일 경우에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교묘하게 각도를 조정하여 찍고),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유럽인이나 미국인이 보기에 미개하다고 여겨지는 나라들의 잔혹한 장면이 사진에 담기며, 자신들 대륙에서 일어난 잔혹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다.

 

즉, 사진 속에 등장하는 고통스러운 장면은 타인의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기보다는, 저 멀리에서 일어나는, 나와는 상관없는, 아직도 미개한 대륙과 미개한 집단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한다.

 

이런 사진을 보는 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하게 되고, 이런 자기 만족 속에서 타인에 대한 연민은 가질지언정, 그 연민이 이러한 고통을 해소하게 하는 행동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손택은 사진 너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사진에 드러나 있지 않은, 정말로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우리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을 때, 타인의 고통을 없애려는 우리의 노력이 시작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우리에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관점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진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사진 그 너머의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너머, 진실을 향해 갈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그 사회는 좀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는 말자. 보이지 않는 것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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