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과 군대. 이 은유같지도 않은 은유.
은유가 아니라 사실로 느껴지기 때문일까?
군대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명령, 획일화, 상명하복, 개성의 상실, 기계적 움직임, 비생산성...
제일 먼저 내 머리에는 명령과 획일화가 떠오른다.
'나'로서 존재해서는 안 되고, 오직 '우리'로서만 존재해야만 하는 상태. 개인은 없고, 전체만 있는 집단. 이 집단에서 명령은 곧 생존이고, 획일화는 우리됨을 입증하는 길이 된다.
군대 갔다온 남자들, 군부대 방향을 향해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술자리에서는 꼭 군대 얘기다.
이 엄청난 이율배반.
군대 문화를 비판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너무도 많은 군대 문화가 있음을 비판하면서도 텔레비전에서는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며 군대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우리나라에서 운동을 잘한다는 국가대표들도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서 해병대 훈련 캠프에 갔다와야 하고, 신입사원들은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군대 훈련장에서 며칠을 보내야 한다.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군대와 가장 비슷한 곳이 학교라고 했는데, 아니다. 이제는 다른 곳들도 군대와 비슷해지지 않았나.
가장 개성적인 시대, 개성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이상하게도 거꾸로 군대에 대한 향수가 있는지, 군대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다.
이거 이러다가 학생들 폭력을 방지한다고 군대체험을 일상화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작은 폭력을 큰 폭력으로 제어한다?
니체가 그랬다는데...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온몸에 체화된 군대 문화, 이거 없애기는 정말 힘들다.
이러한 군대 문화가 몸에 체화되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는 전체 속의 개인이 아니라, 개인이 모여서 전체를 이루기 때문이다.
조금은 내용이 다를지 몰라도 이 책, 우리 사회에 얼마나 군대 문화가 침투해 있는지 보여준다.
권인숙, 대한민국은 군대다, 청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