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워크
E. F. 슈마허 지음, 박혜영 옮김 / 느린걸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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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유명해진 사람. "내가 믿는 세상"이라는 책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글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아서 어느 책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일,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일을 하고 살아도 이 세상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데,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 일에, 우리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사회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는데, 슈마허는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옳다면 해야 한다고, 결과를 이리재고 저리잰다면 이는 벌써 옳지 않다고, 우선 시작하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옳음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일을 함을 의미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일은 대량생산도,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를 만드는 일도, 또 환경을 파괴하는 거대 산업도, 원자력같이 후손에게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도 아니다.

 

인간이 도구를 이용하되, 이 도구가 기계가 아닌 연장이 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드는 기술. 그는 이를 중간기술이라고 하는데, 이를 적정기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적정기술이든, 중간기술이든 용어보다는 우리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문명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 발전된 산업사회에서 구명보트를 마련하고 싶어한다. 우리가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는 생명줄, 그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고, 이는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나부터 시작하여 점점 사회로 퍼져 간다면 우리는 좀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우리나라 재개발 사업이 떠올랐는지... 재개발, 이는 중간기술도 적정기술도 아니고, 인간을 제 삶터에서 쫓아내는 비인간적인 기술에 해당한다는 생각. 그리고 이를 집행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그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인식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는 생각.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 말고도, 자신의 행동이 우리의 삶을 점덤 더 황폐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데... 이 책에는 어떤 기업 얘기가 나온다. 자신들의 제품이 나쁜 일에 쓰이면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또, 자신들이 번 이익을 자신들의 주변에서 쓴다는, 그래서 기금을 모아 도와줄 이웃을 주변에서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는... 이는 지역에서 일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구조가 정착이 된다면 자연스레, 국가에 복지를 의탁하는 일보다는 스스로 복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반증이 된다.

 

거의 모든 부분에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슈마허의 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우리 소비자들이 먼저 작은 가게, 이웃이 하는 일을 살피고, 이웃에서 소비하는 습관을 지닐 필요가 있다. 거의 한 브렌드로 통일되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 지역에 맞는 상품들이 나오고 소비되게 하는 일... 그런 일에서부터 에너지, 물 문제까지 슈마허는 중간기술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성을 회복하자고 한다. 물질문명에 찌들어 있는 인간인 우리들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를 고민하고,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노동, 일을 하자고 한다.

 

그것이 동서양을 막론한 전통적인 지혜라고 하고, 그 지혜를 회복하자고 한다. 그렇다. 자꾸 큰 것만 보아서는 안된다. 바로 나부터 보고, 나부터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주변 사람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게 슈마허가 평생에 걸쳐서 한 일이 아닌가.

 

슈마허라는 특별한 사람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바로 우리도 슈마허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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