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구판절판


지구는 가장 핵심적인 인간 조건이다.-50쪽

말의 적실성이 위태로운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문제들은 당연히 정치적이 된다. 왜냐하면 말은 인간을 정치적 존재로 만들기 때문이다.-52쪽

활동적 삶이라는 용어로 나는 인간의 세 가지 근본활동을 나타내고자 한다. 노동, 작업, 행위가 그것이다.
... 노동은 인간신체의 생물학적 과정에 상응하는 활동이다.
... 작업은 인간실존의 비자연적인 것에 상응하는 활동이다. ... 작업은 자연적 환경과 전적으로 구별되는 '인공적' 세계의 사물들을 제공해준다. ... 작업의 인간조건은 세속성, 다시 말해 대상성과 객관성에 대한 인간 실존의 의존성이다.
... 행위는 사물이나 물질의 매개 없이 인간 사이에 직접적으로 수행되는 유일한 활동이다. 행위의 근본조건은 다원성으로서 인간조건, 즉 보편적 인간이 아닌 복수의 인간들이 지구상에 살며 세계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상응한다. ... 다원성은 모든 정치적 삶의 '필요조건'일 뿐만 아니라, '가능조건'이라는 의미에서 절대적 조건이다. -55-56쪽

인간조건은 지상의 삶을 영위하는데 인간에게 주어진 제반조건 그 이상을, 즉 인간적 제약성 자체를 의미한다.
... 인간의 삶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무엇이든 인간의 실존조건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이것이 바로 인간은 무엇을 하든 언제나 조건지어진 존재라고 하는 이유이다.-57-58쪽

행위만이 인간의 배타적 특권이다. ... 행위만이 오로지 '타인의 지속적인 현존'을 자신의 전제조건으로 삼는다.-74쪽

대부분의 정치적 행위는 그것이 폭력의 영역 밖에서 아루어지는 한, 말을 통해 실행되며 또 더 나아가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말을 발견하는 것이 행위라는 점이다. 말로 하지 않는 것은 단지 폭력이다. ... 정치적이라는 것, 즉 폴리스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힘과 폭력이 아니라 말과 설득을 통하여 모든 것을 결정함을 의미한다.-78쪽

단순한 삶의 필연성을 지배하고 노동과 생산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자신의 생존에 대해 모든 피조물이 갖는 내적 충동을 극복하는 정도에 이르러서 더이상 생물학적 과정에 매여 있지 않게 되었을 때, 이를 '좋은 삶'이라 부를 수 있다.-89쪽

공동세계의 조건에서 실재성을 보증하는 것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본성'이 아니라,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언제나 같은 대상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 공동세계의 파괴는 대개 한 대상이 인간의 다원성 속에서도 자신의 동일성을 드러내고 유지할 수 있는 다영성이 파괴됨으로써 실행된다. ... 공동세계는 오직 이 세계의 관점들의 다양성 속에서만 실존한다.-111-112쪽

사적 영역과 공론 영역의 구별이 필연성과 자유, 무상성과 영속성, 수치와 명예의 대립과 일치하더라고... 두 영역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한편으로는 숨겨져야 할 것이 존재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공적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127쪽

제작인은 군주이자 지배자이다. ... 제작인은 장차의 생산물의 이미지를 가지고 혼자서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고, 다시금 자신의 손으로 만든 작품에 홀로 맞서서 자유롭게 파괴할 수 있다.-202쪽

가치는 사물이 사적 영역에서는 결코 소유할 수 없지만 그것이 공적으로 나타나는 순간 자동적으로 획득하는 질이다.-223쪽

말과 행위의 기본 조건인 인간의 다원성은 동등성과 차이성이라는 이중의 성격을 지닌다.-235쪽

말과 행위로서 우리는 인간세계에 참여한다. 이 참여는 제2의 탄생과 비숫하다. ... 이 참여는 우리가 결합하기를 원하는 타인의 현존에 의해 자극받는다. -237쪽

사람들은 행위하고 말하면서 자신을 보여주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인격적 정체성을 드러내며 인간 세계에 자신의 모습을 나타낸다.-239쪽

제작은 세상에 둘러싸여, 세상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이루어진다. 행위와 말은 타인의 행위 및 말의 그물망에 둘러싸여 그것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이루어진다.-249쪽

말과 행위가 일치하는 곳에서, 말이 공허하지 않고 행위가 야만적이지 않은 곳에서, 말이 의도를 숨기지 않고 행위가 실재를 현시하는 곳에서, 권력은 실현된다. 그리고 행위가 관계를 침해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확립하고 새로운 실재들을 창조하는 곳에서만 권력은 실현된다. 행위하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의 잠재적 현상 공간인 공론 영역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 '권력'이다.-262쪽

행위의 불행은 모두 인간조건인 다원성에서 발생한다. 다원성은 공론 영역인 현상의 공간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러므로 다원성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공론 영역 자체를 제거하려는 시도와 같다.-284쪽

자신이 무엇을 행했는가를 알지 못하고, 알 수 있다 할지라도 행한 것을 되돌릴 수 없는 무능력인 환원불가능성의 곤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은 용서하는 능력이다. ... 미래의 불확실성인 예측불가능의 치유책은 약속을 하고 또 그 약속을 지키는 인간의 능력에 내재해 있다. 이 두 능력 가운데 하나인 용서하는 능력이 ... 과거의 행위를 구제한다는 점에서 이 두 능력은 동질적이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능력은 미래라는 불확실성의 바다에 안전한 섬을 세우게 한다.-301쪽

예측불가능성은 '인간 마음의 어두움', 즉 오늘의 이 사람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에서 발생하며, 동시에 모든 사람이 동일한 행위능력을 가지는 동등한 사람의 공동체 내부에서는 행위의 결과들을 예견할 수 없다는 불가능성에서 비롯된다. ... 약속의 능력은 인간사의 이러한 이중적 어둠을 극복하는 기능을 한다. -309쪽

활동적 삶은 자신의 유일한 준거점인 삶에 구속되어 있다는 오로지 이 이유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노동하는 신진대사인 삶 자체는 능동적으로 될 수 있고 자신의 완전한 다산성을 펼쳐보일 수 있다.-389쪽

사유는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가능하며 또 실제로 이루어진다.-3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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